기자명 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지난 학기 인사캠에서 열린 통합 대동제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통합’의 명분 아래 자과캠에서만 건학기념제(이하 건기제)가 개최된다. 기존에는 양 캠이 따로 건기제를 주최해 왔기 때문에 올해의 상황은 이례적이다. 각각 서울과 수원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지리적 여건과 서로 다른 캠퍼스 분위기 등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캠퍼스에서 건기제를 진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본지에서는 이번 건기제가 진정으로 ‘통합’ 취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을 정리해 봤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통합 대동제 이후 ‘성대사랑’이나 ‘대나무숲’ 등 각종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2학기 축제가 어디서 진행될지에 대한 질문 글이 빈번하게 올라올 정도로 건기제의 개최 장소에 대한 학우들의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공식적으로 ‘자과캠에서 통합 건기제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인사캠에서도 10월 중에 별도의 축제를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실질적으로는 양 캠 모두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셈이 돼버려 학우들에게 혼란을 주게 됐다.
물론 인사캠에서 열리는 행사는 일정을 축소해 이틀간 열릴 예정이며, 명칭도 ‘건기제’가 아닌 ‘학술제’를 사용한다. 한동수(영상 11) 인사캠 총학생회장은 지난 14일 소집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인사캠 축제는 건기제보다 훨씬 ‘작고 조용하게’ 열릴 예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오름식과 달리 학술제는 개최 명분이 없고 △야간에는 건기제처럼 주점 부스가 마련되며 △초청 공연도 준비될 예정이라는 점 때문에 통합 건기제와 별도로 인사캠에서 학술제가 열릴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자과캠의 한 학우는 “인사캠에서 학술제가 따로 마련되는 것은 통합 건기제의 본 취지를 흐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정영윤(시스템 10) 자과캠 총학생회장은 “처음에는 (인사캠 축제가) 지난 학기 자과캠 해오름식처럼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행사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별도의 행사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문과대학(이하 문과대) 학생회 ‘文지기(회장 변성혁·한문 10, 부회장 김소연·사학 11)’는 통합 건기제가 열리는 22일부터 단과대 차원의 축제를 따로 계획하고 있다. 양일간 진행되는 문과대 축제는 인사캠에서 진행되며 주야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변성혁 문과대 학생회장은 “사전 조사 결과 건기제 기간에 자과캠에 내려가 부스를 운영할 예정인 문과대 내 단위가 없었다”며 “인사캠 총학생회와 예술대학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단과대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건기제 기간에 부스를 운영하겠다고 신청한 인사캠 단위는 축제 기간 3일을 모두 합쳐도 주간부스 0곳야간부스 5곳뿐이다. 통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동상이몽’ 중인 양 캠이다.

자체 행사로도 벅찬 단과대, 부담만 늘어나
한편 자과캠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통합 건기제와 관련해 장시간 동안 학생회비 배분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학기 학생회비 배분 비율과 관련해 자과캠 총학생회와 단과대 회장들 간에 의견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총학생회 측이 건기제를 명분으로 단과대 측에 학생회비 양보를 부탁했고 총학생회 배분 비율은 단과대로부터 5% 양보 받은 30%로 확정됐다.
하지만 지난 학기 규모를 키워 진행한 해오름식에 이어 이번 건기제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게 된 일부 단과대 학생회는 부족한 학생회비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지난 학기 해오름식도 학우들의 참여율이 낮아 주점 운영이 오히려 적자였다”며 “이번 학기에는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도 많아 건기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축제를 무리하게 진행하려다 보니 단과대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만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 자과캠 총학생회장은 “해오름식을 진행했던 당시에 단과대 측에 텐트 등의 지원을 해 줬기 때문에 학생회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특별히 없었다”고 전했다.

축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번 통합 건기제는 △리쌍 △스텔라 △포미닛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초청 공연이 준비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예인 공연에만 집중해 막상 축제 자체의 컨텐츠는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합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만큼 특색 있는 행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건기제에서 예정된 굵직한 프로그램은 △가요제 △우유 빨리 마시기 대회 △League of SKKU 정도로, 양 캠이 따로 축제를 진행하던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건기제와 유사하게 2012년에도 자과캠 건기제 ‘자연인(自連人)’이 양 캠 통합을 콘셉트로 기획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고, 대신 학우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무대 참여 기회를 마련해 주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본지 1529호 ‘Yes 양캠 교류 No 연예인 자과캠 건기제의 새얼굴’ 참조)
이에 대해 인사캠의 장웅빈(정외 14) 학우는 “부담되는 거리와 시간을 감수하고 수원에 내려갈 정도로 이번 건기제의 컨텐츠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차라리 인사캠 인근의 타 대학 축제에 참여하고 싶다”며 “학우들의 실질적인 입장보다는 통합이라는 명분만을 고려한 셈”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만평|ⓒ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