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총장 선출, 무엇이 정답인가요
국공립대 총장 선출, 무엇이 정답인가요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5.11.02 13:12
  • 호수 1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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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전국 국공립대학생들

 

꺼진 듯 꺼지지 않은 논란의 불씨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경, 12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부산대 교수회장 김재호 교수가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한 시간 후, 같은 학교 고현철 교수가 대학본관에서 투신자살했다. 유서에는 대학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총장 직선제 폐지가 대학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고뇌가 담겼다. 공약을 뒤엎고 간선제를 추진하던 김기섭 총장은 그날 밤 농성 중이던 교수들을 찾아가 故 고 교수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그라지는 듯했던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 논란은 이날 이후 다시 대학 사회를 달궜다.
총장 직선제란 대학의 모든 교수가 1인 1표를 행사해 총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흔치 않은 독특한 제도다. 80년대 대학민주화 흐름의 산물인 직선제는 한국 대학사에서 오랫동안 하나의 상징이었다. 비록 97년 우리 학교를 필두로 대부분의 사립대가 이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는 최근까지 직선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좁은 교수 사회에서 선거가 과열되고, 제도적 보완이 제때 뒤따르지 않아 비판도 곧잘 받았다.
정부는 2010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공립대 ‘후진성’의 원인으로 이 직선제를 지목했다. 굵직한 대학평가마다 직선제 폐지 가산점이 등장했고, 대학들은 순위가 위태로울 때마다 직선제를 포기하며 버텼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에서 5%가량의 ‘직선제 개선’ 가산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당시 평가에서 이 가산점을 제외하면 학생 1만 명 이하 대학 중 12위였던 서울시립대와 학생 1만 명 이상 대학 중 9위였던 전북대는 각각 4위로 순위가 급상승한다. △경북대 △목포대 △인천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5개 대학 모두 지금은 간선제로 전환한 상태다.
직선제를 폐지한 대학들의 선택은 대동소이했다. 수십 명 규모의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 여기에서 2인의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고 임명을 기다리는 ‘공모제’ 형식이다. 그러나 새 제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지막 단계인 교육부의 임명이 문제였다. 계속된 임명거부로 △경북대는 12개월 △공주대는 17개월 △방송통신대는 11개월째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한국체육대는 4번이나 거부당한 끝에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세워 겨우 통과됐다. 경북대 지홍구 총학생회장은 “(이유를) 말이라도 해줘야 대화가 되는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는 이 후보들이 건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잠깐, 잊은 건 없으신가요?
9월 18일 7개 교수단체, 1,000여 명의 교수들이 국회의사당 건너에서 전국 교수대회를 연 데 이어, 10월 2일 광화문에서는 전국에서 상경한 500여 명의 대학생이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을 가졌다. 이들의 비난은 정부와 교육부에 쏠렸다. 경북대 문계환 교수회장은 정부의 국공립대 정책을 “타율에 의한 선진화”라 불렀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대 교수 2,081명 중 90%는 직선제가 가장 이상적인 총장 선출제도라는 데 동의한다. 교육부의 총장선출방식-재정지원 연계에 대한 반대의견은 97%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한 대립항만은 아니다. ‘교육부의 재정적 압박에 맞선 직선제 투쟁’이라는 큰 틀에 가려진 사실들도 있다.
지난 5년 동안 교육부의 행보는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입장 자체는 보수정권만의 것이 아니다. 2005년 당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던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확고한 직선제 폐지 방침을 내세웠다. 정부는 주로 직선제가 대학의 정치화와 선거비리를 불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학들도 이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2007년 충남대 양현수 전 총장은 교수들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창원대와 전남대 총장선거에서도 부정이 발견됐고, 2011년 퇴임 후 비리로 징역형을 받은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은 직선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인물이었다.
직선제는 학내 민주주의 실현에서도 한계를 보였다. 간선제로 전환한 사립대들이 조금씩이나마 학생, 직원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에게 참여권을 준 반면 직선제 채택 대학들은 교수들만의 투표에 머물러왔다. 최근 직선제 학칙을 재확립하며 △교수 88% △직원 10% △학생 2%의 비율을 제안한 부산대가 학생이 참여하는 최초의 직선제를 가질 예정이지만, 부산대 총학생회는 불충분하다며 학생 참여비율 10%를 요구했다. 투표권이 없는 비정규 교수들도 반발했다. 그러나 이 논의를 추적해온 부대신문 기자들은 이 제안들이 “사실상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간선제가 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장기 총장 공석 사태를 겪고 있는 경북대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든 구성원이 협력하고 있지만, 간선제 전환 직후인 2013년에는 총추위에 학생대표가 단 한 명뿐이라는데 반발한 총학생회와 교수회가 갈등을 겪었다. 경북대 박진원 부총학생회장은 작년 학생회도 요청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언제가 되었든 다시 얘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대에서도 교수와 직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직선제로 돌아가는 5개 대학
주요 국공립대 중 다가오는 연말~연초 총장 선거를 앞둔 곳은 △부산대 △한국해양대 △경상대 △충남대 △강원대다. 부산대는 결국 직선제를 유지해냈고 한국해양대도 9월 교수회에서 직선제 재전환을 의결했다. 경상대와 충남대는 지난주 교수투표에서 각각 76.8%와 83.9%가 직선제 회복에 찬성했다. 이들의 결정은 이번 달 19일 같은 내용의 투표를 앞둔 강원대는 물론, 전남대 등 내년 상반기에 총장 선거가 예정된 다른 국공립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수회와 대학본부가 최소한의 합의를 본 부산대, 해양대 외에는 대학본부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남았다. 충남대 정상철 총장은 투표 전 전체 교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가오는 대학평가의 중요성을 호소하며 대학본부의 입장이 간선제에 있음을 확실히 했다. 실제 충남대는 투표와 무관하게 총추위 준비를 시작했다.
교육부와의 갈등은 예고돼 있다. 교육부는 부산대로부터 간선제 전환을 조건으로 받은 대학특성화사업비 일부를 환수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들 역시 교육부의 재정적 보복이나 대학평가 불이익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간선제 전환 대학들이 경험한 교육부의 총장임명 거부는 직선제 재전환 대학들에도 닥칠 수 있다. 직선제 역시 마지막 단계는 정부의 임명이다. 교육부는 2011년 부산대의 신임 총장 선출을 방해하는 등 직선제하에서도 총장 임명을 지연시킨 적이 있다.
한편, 해당 대학들은 앞으로 의견 수렴 및 제도 전환을 마무리 짓고 선거를 마칠 시간이 빠듯하다. 부산대 교수회는 예정된 대로 “11월 9일까지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정하여, 교육부로의 추천까지 무사히 완료”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참이다. 졸속선거 논란과 총장 공석 사태를 피해 학칙 및 세칙 개정과 선거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
어느 경우에도 가장 고통받는 것은 학생들이 될 것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인 한신대 노중기 교수는 “학교가 운영을 잘못한 책임이 학생들에게 있느냐”며 교육부가 “대학을 잘못 운영한 사람은 놔두고 학생들에게 짐을 떠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재정적 압박을 가하거나 대학평가의 결과로 학생들의 장학금·학자금대출을 제한할 때도, 총장의 부재로 행정이 마비될 때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좋은 총장을 필요로 하지만 답은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국공립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립대인 연세대는 2011년 간선제 도입 후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해 교수들의 인준투표를 거치는 새로운 방식을 확립했지만, 최근 이 인준투표제의 폐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누구도 어떤 선출제도가 영원히 최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더 나은 길을 위한 논의가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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