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하는 그룹은 역사에 대한 왜곡을 걱정한다. 바르고 명확한 역사인식을 갖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과서로는 주요 쟁점들이 오인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반대하는 그룹은 선택 권리를 걱정한다. 역사는 다양하게 비쳐질 수 있으며 다각적인 해석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중요한 사고기반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미래의 리더는 사고의 관점이 유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화 여부에 대한 논란 자체는 건강한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정쟁으로 비판하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다만, 첨예한 충돌 과정에서 명심할 것은 장기적인 사안일수록 시스템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번의 결정으로 전체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 요소의 일관성과 유효성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 교육에 관련된 기본 시스템 요소는 교과서다. 국가의 기본인 역사를 다루므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여 고품질의 교과서를 만들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편찬한 교과서가 기존 교과서 대비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만들어지지 않은 교과서를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선제적이지 못하다.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치밀한 연구에 기초한 교재를 먼저 선보여야 한다. 그 결과, 기존 교재들과 차이가 크다면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거나 아니면 정부추천 교재로 보급하면 된다.
두 번째 시스템 요소는 교과서 개정에 대한 검정 기능이다. 현재 모든 교과서는 검정 기능을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한 검정 과정에서 한국사 교과서만큼은 최고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그룹이 검토하여 역사가 호도되지 않도록 명분을 세워줘야 한다.
세 번째 시스템 요소인 교육 방식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많은 학습 자료가 전산화되고 앱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교육 시대로 접어들었다. 학생이 복수의 교재나 참고자료를 활용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과학 교재처럼 확인 가능한 현상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과거 기록에 대한 해석을 중시하는 역사 과목은 정부가 공인하는 대표 교재가 다양성의 중심에 서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인정하는 정통 해석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 및 공유하는 것은 정부의 권리가 아니라 책임에 해당된다.
마지막 시스템 요소인 사회적 전파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현재 과도한 소설(fiction)로 인해서 판단체계가 흐려지고 있다. 대표 방송사들조차 아침과 저녁 시청시간에 엄청난 분량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재단하는 양상이다. 역사에 대한 인식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와는 다르게 디테일한 해석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핵심 역사 기록이 흥미 본위로 편집되곤 한다. 이러한 소설적 스토리 전개가 반복되면 우리 사회에서 정설의 가치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사 관련 시스템적 요소를 검정하고 통일시키라는 주장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이해는 국가 미래 설계에 가치 있는 자산이다. 국가시스템이 강건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으로 바른 국가관을 선도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자율과 절제의 조정을 통해서 발전하고 있다. 개별 요소에 대한 판단이 미래형으로 조절될수록 국가시스템 역시 미래 가치를 지향하게 된다. 국정화 이슈 관련 리더 그룹들이 국가시스템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에 임해주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