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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우리’의 회복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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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호] 승인 2015.11.02  16: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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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에 한낮엔 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론 제법 바람이 차다. 거리는 어느새 국화로 장식되고, 라디오에서는 가을음악이 흐르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길어졌다. 아직 설익은 가을이지만 사람들은 미리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매우 짧다. 하지만 여느 계절과 달리 깊게 자국을 남긴다. 수확이라는 풍성함과 빔이라는 쓸쓸함, 두 개의 얼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계절을 끝없이 노래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가을의 풍성함과 빔을 조화롭게 아우른, 삶과 생각이 건강한 청년을 만났다. 읽는 내내 맑고 뜨거운 하늘을 품은 잘 여문 과일 같고, 뜨거움과 서늘함으로 낱알을 익히는 가을바람과 같은 청년에게 감동했다. 아직 어린 그지만 생각은 넉넉하고 깊고 풍요로웠으며, 행동은 겸손하고 검소했으며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았다. 그는 함께 하는 세상을 자신의 꿈으로 삼았으며, 명예가 아닌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가치관을 남기고자 했다. 대학생인 그는 중고등학생들뿐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 등 200여 명이 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을 약속했다. 한때 어려움에 처하면서 그동안 주어졌던 여유와 행복이 자신의 노력이 아닌 주어진 것임을 깨달았고, 그와 함께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환경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한 학생들에게 빚을 진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내 앞에 진수성찬이 있으면 허기진 사람과 같이 먹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이 화제가 되는 것을 거북해했다.
논어「옹야」편에는 박시제중(博施濟衆)이라는 말이 나온다.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면 인(仁)이냐는 질문이었다. 공자는 그것은 인(仁)의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聖)의 차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통달하고자 하면 남도 통달하게 하는 것[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이 인임을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남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공유하는 것이 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각의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누군가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인이며 그럴 때 불평등으로 인해 억울해하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함께 먹는 것이며 더불어 사는 길이다.
한국인들이 버릇처럼 사용하는 ‘우리’라는 단어에는 나만이 아닌 너와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과거 우리는 너의,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 것, ‘우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만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어이없고 끔직한 일하고 기막힌 사건과 사고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남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나만 아는, 나뿐인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를 품고 ‘우리’를 회복하고자 척박한 땅을 일구고 장애물을 걷어내며 길을 만드는 건강한 젊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의 회복이다.          
풍요와 빔, 그리고 나눔이라는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는 가을에 유독 앓이를 하고 그리움과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은 ‘우리’의 결여 때문일 것이다. 이 가을, ‘나’만이 아닌 ‘우리’, 나의 성장만이 아닌 모두의 성장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 앞에 놓인 진수성찬을 함께 먹고자 한 손을 내민 청년처럼, ‘우리’를 회복할 때 풍요와 빔, 나눔의 얼굴을 한 가을을 닮아 깊고 융숭한 모습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권경자
학부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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