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레아 세이두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그녀가 나온 영화를 거의 다 봤었다. 그녀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다양한 역할들에 맞게 녹아드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시스터>를 인상 깊게 봤는데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엄마’ 역할은 기존의 영화들에서 표현됐던 ‘엄마’ 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난다.
<시스터>의 가족 구성원은 단출하다.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 구성원에는 누나와 그녀의 남동생으로 단 두 명뿐이다. 두 명밖에 안 되는 가족이지만 둘의 사이는 실로 복잡한데, 이 둘은 남매 관계이자 모자 관계다. 엄마이자 누나인 ‘루이’가 어린 나이에 아들 ‘시몽’을 낳게 되고 서로를 남매로 여기며 지내게 된 것이다. 어린 ‘시몽’은, 놀기 좋아하고 툭하면 직장을 관두는 ‘루이’ 대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키장에서 물건을 훔치며 어린 아이의 인생이라기엔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루이’의 남자친구와 셋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시몽’은 사실 ‘루이’가 누나가 아니라 엄마라는 폭탄 발언을 하게 된다. ‘루이’와 ‘시몽’이 남매인 줄 알았던 남자친구는 ‘루이’와 싸우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루이’와 ‘시몽’ 모자는 그동안 쌓인 감정이 더해져 땅바닥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뒹군다. 어린 아들과 어린 엄마가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익숙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처절해 보인다.
그들은 싸우며 서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로가 있어서 힘들다고. 그들 말처럼 영화에서 두 사람의 삶은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정말 서로에게 서로가 없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하는 물음에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뒤엉켜버린 둘의 사이를 보여주며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간다. '시몽'은 가출을 결심하고 일을 구하러 스키장에 가지만, 구직에 실패하고 리프트를 타고 스키장을 내려간다. 그러던 중, 리프트를 사이에 두고 '시몽'을 찾으러 올라오는 '루이'와 마주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아무리 서로를 향해 미운 말을 내뱉어도, 결국엔 서로를 찾아 다시 돌아오는 이 장면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 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서로 때문에 웃을 수 있던 그들은 결국 서로에게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덤덤한 태도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오만가지 감정과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참 멀리도 떨어져있는 스위스의, 그것도 조금은 색다른 가족상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더불어 가족이란 집단의 특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그래서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를 못 느꼈던 가족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 이 영화가 계속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이다영(심리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