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장면 하나.
수년 전, 총학생회가 횡령 의혹으로 인해 거의 유명무실해지는 사태에 처했다. 감사 요구와 총학생회 집행부 총사퇴가 잇따르고, 회장단 탄핵 요구가 학우들의 서명운동을 통하여 일어나는 등 학우들의 분노가 캠퍼스에 일렁였다. 하지만 당시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가지 못했다. 관련하여 학생회칙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회칙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퇴한 재무담당 집행부가 삼백만원에 이르는 총학생회 사업비를 차기에 이월하고자 법원에 공탁을 하기도 했을 만큼(심지어 이 돈도 회계 관련 회칙의 미비로 인하여 그 이후 총학생회 그 누구도 찾아가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학우들의 학생 자치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찔렀다.
장면 둘.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우들의 투표권이 무시당하는 사태도 있었다. 개표 중단 당시 약 250표에 달하는 투표용지가 세 개의 투표함에서 사라졌다. 인위적 조작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기에, 재투표까지도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중선관위 또한 투표함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하여 중선관위가 내놓은 답은 사라진 '오차표'를 아예 투표하지 않은 걸로 '퉁치는' 것이었다. 수백 명의 학우들의 투표권, 선거권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학우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미 종간호를 낸 성대신문, 성균타임즈, 성대방송국 등 언론3사가 급히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54명의 학우들과 일부 단과대 학생회가 뜻을 모아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구사항은 간명했다. 제대로 해명하라, 제대로 책임져라. 하지만 당시 선거시행세칙은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권리를 ‘선본’에만 제한하고 있었고, 학우들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실망감이 캠퍼스를 덮었다.
법은 공기 같은 것이다. 공기가 주목받는 순간이 질식하기 직전이듯, 학생 사회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칙이 주목받는 순간은 그것이 지켜지지 않거나 우리의 삶을 방해할 때이다. ‘우리 학교 총학생회 일 잘 하더라’라고 말하는 타대생 친구(이를테면 고대나 연대 등)가 있다면 분명 그 학교는 학생 사회가 잘 작동하는 경우이다. 자랑스러운 일은 회칙에 따라 기록되어 제대로 그 경험이 계승된다.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 있으면 회칙에 따라서 제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학생 사회는 언제나 부끄러운 것이었다. 학우들의 정당하고 상식적인 요구는 비상식적인 운용을 가능케 했던 회칙에 의해 좌절되기 일쑤였다. 결국 학우들이 학생 자치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는 학생 자치는 학우들과 유리된 채 작동하게 되었고, 여러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학생회칙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 꽤 오래되었다. 회칙개정소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하였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지, 왜 바뀌어야 하는지를 학우들에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우리의 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맞닿을 수 있도록 회칙을 기초부터 제대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것 같다. 아무리 학우들이 열의가 있고 참여도가 높아도 회칙이 지금과 같아서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또 다시 반복될 뿐이고, 학생 사회에 대한 신뢰만 더더욱 사라질 뿐이다.
결국 문제는 회칙 개정을 ‘더 넓게’ ‘더 믿음직스럽게’ 해야 한다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회칙개정소위원회는 일부 단과대 학생회장들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앞서 말했듯이 학우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려는 시도도, 그 중요성을 알리려는 시도도 모두 부족했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회칙, 제대로 된 규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부 이해관계자의 내부논의로 회칙 개정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학우들의 이익을 위하여, 우선 회칙개정소위원회를 독립적이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단위로 새로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참여의 문호를 전체 학우들에게 개방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공청회와 간담회, 토론회 등의 개최와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회칙 개정이 학생 사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만드는 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민석(경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