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3

기자명 이소연 기자 (ery347@skkuw.com)

프루스트 의자, 와인 오프너 등 멘디니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디자인 속에 반영된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는 무엇이며, 포스트모던적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포스트모던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멘디니,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의 시작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대부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디자인이 원재료를 기능주의적 목적에 따라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행위였다면, 멘디니는 이미 만들어진 디자인을 재료로 원하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리디자인’의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리디자인은 기업에 의해 대량생산된 물건의 단조로움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즉, 그동안의 디자인이 기능성과 상품성을 추구하느라 다양성과 개성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디자인을 통해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일조했다. 또한 그는 디자인계에서 영역의 구분을 해체하고, 각 영역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디자인 활동이 활성화되는데 기여했다. 멘디니는 건축, 가구, 보석 등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펼쳐 고정적인 영역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예술에서 꽃피는 포스트모더니즘

멘디니를 비롯한 당시의 예술가들에 의해 포스트모던 예술은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예술사와 철학사상’을 강의하고 있는 우리 학교 김화자 교수는 “예술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의 사조와 달리 인간의 감성 회복을 가치 있게 여기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모더니즘은 물질성을 강조한 단일한 사물의 형태를 추구하는 반면에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양하고 해체적인 사물의 형태를 추구한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를 지향하는 예술은 관객을 창작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포스트모던 예술의 특징 중 하나이다. 기존의 예술에서는 생산자와 수용자의 위치를 구분 짓고, 생산자 및 특권화 된 관객의 권위가 강조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적인 예술은 주체성의 개념을 공동체로 확대하여 작품과 관객사이의 ‘관계’가 작품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예술의 생태적인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인간과 기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조명해보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독일인 작가 레베카 호른은 여성의 신체에 움직이는 기계를 결합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일상 속 디자인에 스며들다

멘디니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 포스트모던 예술의 특징은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특징을 일련된 양식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몇 개의 특징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가령 모던적 디자인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극대화시키고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포스트모던적 디자인은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적 경향에 반대하고 인간의 다양한 정서적 욕구를 반영한다.
이러한 포스트모던 디자인은 건축, 가구,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포스트모던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건축가들이 모더니즘의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전제에 의문을 표하며 다원적이고 해체적인 건축양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포스트모던적인 건축물은 모던적인 건축의 틀에서 벗어나 건물 자체의 개성을 드러내고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가구디자인 역시 포스트모던 가치가 영향을 끼친 분야다. 권진하의 포스트모더니즘이 현대 가구 디자인에 미친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포스트모던적 디자인을 적용한 가구는 △소재 △색채 △형태면에서 모던적 디자인의 가구와 차이가 있다. 포스트모던적 디자인의 가구에서는 신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재와 인공재를 결합하는 혁신적인 시도가 이뤄졌다. 또한 기존의 가구 디자인은 재료 본래의 색 이외에 적극적으로 색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포스트모던적 디자인은 대중의 욕구 충족을 위해 색채 사용을 활성화했다. 디자인의 형태도 진부한 양식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감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패션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전정희, 박혜원의 포스트모던 패션 연구 논문은 모던적인 패션이 단순하고 정제된 양식을 추구한 반면, 포스트모던 패션은 개성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밝힌다. 가령, 서구의 모더니즘 경향 하에서 소외받았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민속의상을 재해석하거나, 현실과 환상을 혼합한 초현실주의적 의상을 제작하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따라서 복고적 패션, 토속적 패션, 전위적 패션 등 다양한 디자인이 공존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도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