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흐르는 다양성의 조류, 포스트모더니즘
쉬지 않고 흐르는 다양성의 조류, 포스트모더니즘
  • 허옥엽 기자
  • 승인 2015.11.02 17:19
  • 호수 1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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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을 명확히 정의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많은 사상가의 견해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데다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모더니즘을 정의하는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일관된 이론체계로 정립하는 것을 ‘자기 모순적’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일반화, 체계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체’가 불분명한 것일 뿐 ‘존재’가 불분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문자 그대로 ‘포스트’라는 접두어와 ‘모더니즘’이라는 단어가 결합해 생긴 말이다. 결국, 이 용어는 의미 면에서 본다면 단순히 ‘모더니즘 다음에 오는 현상’을 가리킬 뿐이다. 그러므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더니즘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모더니즘은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보편적 원리와 통일성 속에서 인간과 역사, 그리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려는 사조다. 또한, 모더니즘은 이성과 감성을 이원적 대립으로 규정하고 이성에 우월적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조건이었던 합리적 질서와 체계가 객관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목적이 되어버림으로써 인간을 극도의 관료적 질서 속에 예속시켰다. 변질된 모더니즘은 부작용과 모순을 만들어냈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총체적 비판에서 출현한 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즉, 근대적 사유의 틀을 버리고 이성보다는 △감정, △개성, △다양성, △대중성, △불확실성, △자율성 등을 중시하면서 탄생하게 된 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후기 구조주의 그리고 해체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 사조들의 출발점이 바로 모더니즘이 목표로 했던 ‘이성적 주체’에 대한 비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초기 저작인 광기와 문명을 통해 18세기 유럽에서 완결된 ‘이성과 비이성의 대분리’가 이성의 카테고리 속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색다른 경험, 광기 등을 열등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푸코는 후기 저작 『감시와 처벌』에서 사회에 의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되는 규범의 체계들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내면화시키도록 만드는 사회기제를 비판함으로써 이성적 주체의 허구성을 주장한다. 결국 푸코가 주장하는 바는 모더니즘에서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이성적인 것이 비이성적인 것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이 특정지역, 특정시기에 생겨난 역사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푸코는 이러한 주장을 통해 근대적 이성에 대한 비판 작업 즉, 해체 작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언어’ 자체를 분석함으로써 해체주의적 사고를 보여준다. 데리다는 서양의 언어관이 전통적으로 문자언어보다 음성언어를 더 우월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언어의 기능은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인데, 음성언어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명료하게 ‘지금 이 시점’에서 현존하는 양태로 표현하는 반면, 문자언어는 그러한 음성언어를 다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차적이고 열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리다는 언어를 결코 현존하는 것으로서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특정한 단어의 의미는 그 시점에서 부재하는 다른 무수한 단어에 의해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데리다는 이를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여기며, 그래서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현존의 문맥에서 구별하는 서양의 전통적인 접근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데리다의 언어관은 결국 기표와 기의 사이에는 본질적인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통적 언어관에 따르면 기표와 기의 간에는 엄격하고 본질적인 구분이 유지됐지만 데리다는 해체작업을 통하여 그러한 경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처럼 데리다의 해체는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것들로 받아들여지는 관계와 개념들의 진리성 및 정당성에 물음을 던지고 그것들을 낯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확정되고 일관성 있는 사상의 체계가 아니며,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욕망이 촉발한 회의주의적이고 비판적인 의식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새로운 것만을 찾아다니지는 않으며, 과거의 것을 파괴하자는 제거 주의도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지 비판적 태도로 수용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때로는 폐기하기도 하는 그 자체다. 결론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사상이나 이론체계로 확정시키기보다는 현대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일반적인 경향성을 표현하는 조류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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