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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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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호] 승인 2015.11.09  15: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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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때 공무원, 전문가, 학자 등이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해 무엇이 문제라든가 무엇을 바꾸어야 한다든지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국민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필자는 처음 알았고 또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제까지 아무소리 안하고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의료제도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대책들을 제시하였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 때만 관심을 가지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 풍토에서 졸속으로 만들어 낸 대책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 생각도 그렇고 과거의 예로 봐도 정작 바뀌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안타깝기도 한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응급실 감염방지 및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서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형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사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의뢰절차를 확립하고 지역병원으로 회송을 활성화하며, 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예외경로를 축소하여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이미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이고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 이 제도가 그동안 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는지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국민이 OECD 회원국 중 병원을 가장 많이 다니고 입원 기간도 월등히 길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병원 쇼핑을 할 수 있고, 같은 증상으로 하루에도 여러 병의원을 전전할 수가 있다. 의사가 30초를 진료하나, 장시간 할애하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나 진찰료는 똑같다. 이외에도 그동안 의료전달체계가 확립이 안 되었던 여러 이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선택진료(특진)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미장원에 가도 원장님과 일반 미용사가 컷트하는 가격이 다른데, 이마저도 폐지해서 같은 진찰료라면 대형병원으로 유명한 의사에게로 환자가 더 몰리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이런 모순된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응급실 감염방지를 위해 응급실 진입 전부터 감염 우려환자를 사전분류하고 환자분류소를 설치하며 의심환자를 음압병실로 격리하겠다고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텐데 정부가 예산 편성을 하겠다는 것인지 일선 병원에 떠넘기는 것인지 불분명해서 흉내만 내는 감염관리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비응급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유입을 감소하고 응급실 체류시간도 단축한다고 한다. 어느 의학교과서를 보아도 응급 환자의 정의를 내리질 않는다. 그것은 의학적 판단만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손끝에 가시만 박혀도 자기에게는 응급이고 아기가 단순 감기로 열이 올라도 엄마에게는 응급이다. 누구에게 응급과 비응급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비응급이라고 돌려보냈다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지게 되는지도 걱정이다.
정부는 정책만 내어 놓고 문제의 본질은 뒤로 한 채 책임은 항상 현장인 병원과 의료인 탓으로 돌리고 통제하려고만 한다. 의료제도를 바르게 정립하는 것은 정부만의 힘으로 절대로 할 수 없고, 의료인은 물론 국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정부는 우선 기본 진료가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병원과 의료인도 정부의 정책에 따르고 국민들의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형태도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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