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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낭만, 재즈, 그리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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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호] 승인 2015.11.09  15: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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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장발을 흩날리며 대성로를 누비던 70년대 말 학생 시절에 비하면 요즘 대학생들의 인간관계는 매우 건조해 보인다. ‘서로서로’ 혹은 ‘우리 함께’보다는 각자 자기 할 일만 한다. 전공의 광역화로 학과 단위가 너무 커져 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손바닥 스마트폰 안에 온 세계가 들어 있으니 과거 식의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취업난에 학점전쟁 또한 커다란 현실적 이유다.
당시는 매년 매 학기 MT며 체육대회로 분주했고, 수학여행, 졸업여행으로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어쩌다가 운동부가 결승에 진출하면 거의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킹고’를 외쳤다. 이런 대학생활을 ‘생애 다시는 오지 않을 낭만’으로 생각했고 열심히 놀기도 놀았다. 한편 이런 모든 행사는 공식으로 ‘인정’되던 때다. 즉, 출석처리!
이젠 ‘낭만 결핍시대’의 대학생활이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나름 여유를 찾아가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는 지난 30년 가까이 대학의 여러 주요보직을 두루 거쳐 왔으나 재즈동아리 ‘그루브(GrooV)’의 지도교수라는 사실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제자들에게 얘기한다.
“재즈는 인생이다”라고….
“재즈는 ‘다양성’이다.” 팝에서 C 코드는 ‘도미솔’로 구성되지만 재즈 화성에서는 ‘도미솔시’(CMaj7)를 사용한다. ‘시’ 하나의 음을 더 붙임으로서 엄청난 음의 조합, 즉 화성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인생을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넓게 관조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형화된 세계관에 음정 ‘시’의 요인을 확장해야 한다. 그 ‘시’가 현실 세계에서 무엇이 될 것인지는 자신의 성찰을 통해서 얻어지리라 본다.
“재즈는 ‘자유’다.” 즉흥연주(Improvisation)는 재즈의 근본이다. 주워진 화성의 틀에서 자신만의 느낌, 악상, 생각, 철학, 혼을 연주해 낸다. 흐르는 마디를 놓치지 않고 ‘음정 박자 여백’의 조합을 자신만의 감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또한 순발력 있게 엮어나가야 한다. 순간적 현상과 연주상황이 매번 다른 만큼 솔로의 복제는 불가능하다. 인생 역시 흐르는 시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은 없다. 매분 매초에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연주를 해야 하고 일단 연주된 즉흥 솔로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재즈는 ‘도전’이다.” 재즈고수의 기준은 불협화음을 화성에 조화시켜 나가는 능력이다. 즉, 연주에 얼마나 의도적 긴장감(tension)을 연출해서 청중들의 흥미를 유발하느냐의 문제이다. 주자의 입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정해진 코드 밖으로 너무 나갈 수도 있는 위험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다. 삶이 일상의 연속으로만 이어진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이 불협화음이 인생에 있어서 그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모험’이 적절히 배합된다면 아마도 활기 넘치는, 의미 있는 인생이 될 것이다.
기성세대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인생의 시점을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대학 시절이라 답할 것 같다. 맞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낭만의 대학생활. 살다 보면 늘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산 넘어 산’이라 하지 않던가. 솔직히 젊은이들에게 말하기도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 결국은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기를 바란다. 재즈 대가들의 즉흥연주에도 질풍노도의 솔로는 항시 편안한 선율로 이어진다.
Up, Down&Up!
인생은 재즈다.

   
윤승호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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