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15년 취업 신조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취업시장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신조어로 ‘N포 세대’가 꼽혔다. 지난 2011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인 ‘삼포세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삼포세대(三抛世代)란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집값,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경제, 사회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나아가 ‘5포 세대’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것, ‘7포 세대’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 마지막으로 ‘N포 세대’는 몇 가지가 되었든, 다른 것들도 다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한다.
젊은이들이 ‘몇 가지가 되었든 포기’함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삼포세대는 단순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으로 인해 인간 내면적 가치를 포기한 것이다. 돈, 사회적 체면, 자존심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그리고 누릴 가치가 있는 행복의 순간들을 포기한 것이다. 물질주의의 속성 중 가장 큰 것은 얻어도, 얻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 사회적 체면, 명예 등 외적인 것을 더 가질수록, 내면의 가치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반짝이는 것들은 내면에 진실로 빛나는 것들의 희생으로 생긴 것이다. ‘공허하다’라는 말도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청춘(靑春), 이렇게 눈부신 나이에 포기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작지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행복 최하위 국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버림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욕망과 집착,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체면을 버리면 그 자리에 새로운 기운이 들어와 감쌀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행복이든, 슬픔이든, 그리움이든, 자신을 더 아름답게 하고 인생에 한 획을 더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빛나는 것들로 나를 채우면 또한 그것을 나눌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주변을 먼저 돌아보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면, 곧 그 사람을 생각하고 이해하며 내 속에 담긴 것들을 나눌 수 있게 된다. 빛나는 것들이 빈 구멍을 채우는 메커니즘은 이렇게 확장하는 것이다.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여 한 사회의 구멍을 다 메꿀 수 있게 되면 지금 젊은이들이 포기하는 세 가지, 아니 N 가지들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으며 누려야 할 것이 될 것이다.  
 

이시원(글리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