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국정화 교과서 논란으로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대성로에 이만큼 자보가 꽉꽉 채워진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학우들이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며, 자신의 반대의견을 표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단 방증이겠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국정화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일·독재를 미화한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침해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파시즘이다’ 등 여러 근거들이 있겠지만, 결국엔 ‘기준이 변화한다’는 것으로 수렴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올바름’이란 기준에 따라 역사적 사실들이 서술될 것이라는, 이에 따라 최소한의 합의이자 기준으로서 서술되던 역사가 삭제되고 왜곡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를 국민과의 한 치 논의 없이 속전속결로 추진해버린 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 결국 기존의 역사에 대한 기준, 더 나아가 미래세대의 ‘생각’의 기준을 바꾸고자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학우들을 분노하게끔 만들었겠지요.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변화하고 있는 기준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삶’의 기준입니다.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하 노동개혁)을 통해서 말입니다. <국제시장>의 덕수가 <미생>의 장그래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청년들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하자”라 말하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의 광고를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후 정부는 꾸준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청년실업을 이유로 노동개혁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9월 13일 결국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노사정 대타협이 타결되었고, 며칠 후인 9월 16일엔 새누리당이 ‘노동시장 선진화법’을 발의해 이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윤곽도 서서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가령 삼성의 경우 현재 전반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일반해고 제도화로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은 훨씬 수월해지게 됩니다. 노동개혁의 대상은 일류 대기업 직원이라도 예외가 아닌 것입니다.
이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정상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저축하다보면 내 집 마련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혹은 정년 가까이는 채우고 퇴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려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 기준은 현실과 부합하지는 못하더라도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했고, 그것이 보통의 삶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지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은 바로 이 기준이 붕괴하고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려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이 위에 서있는 것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우리이기에, 우리는 삶을 결정하게 될 기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정말 지금의 대안일지, 아니라면 왜 그리고 어떤 경제적 맥락 속에서 추진되는 것인지, 진정한 대안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요. 우리 스스로가 아니면 아무도 우리의 삶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만큼 움직이는 것이라 믿습니다. 현재 학내에서는 노동개혁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자보들이 붙기도 했고, 몇몇 학회나 동아리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담긴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관련한 글을 읽거나 자보를 읽으며 혼자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공동으로 고민하며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지요. 우리 함께 고민합시다.

 

 

최은혜(사회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