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배현우 기자 (hyunooship@skkuw.com)

약속에 늦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차가 너무 막혔던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친구에게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친구는 내 이유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친구는 ‘일찍 출발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 했다. 그 순간 내 ‘이유’는 ‘핑계’로 바뀌었다. 그랬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했던 말을 지키려고 했지만 상황이 문제였다. 그럴 때 마다 난, 이유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이유는 정당하다고 되뇌며 어쩔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결국 핑계를 늘어놓은 꼴이 돼버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까닭이 정당한 이유가 될지 핑계가 될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뭐라고 한들 판단은 상대방이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를 상대방이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억울하긴 했지만 맞는 말이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번 호에선 ‘더 가까이, 더 친밀하게’ 학우들에게 다가가겠노라 다짐했던 이들의 약속을 돌아봤다. 작년 이맘때쯤 그들은 더 나은 학교를 만들겠다며 많은 공약을 내걸었다. “학우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겠다”는 말과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던 12월, 그들은 그렇게 학우들과 처음 약속을 나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다시 겨울의 문턱에 서있다. 근 1년의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부터 통합축제와 전체학생대표자 회의까지.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선 그들은 순항을 할 때도, 난관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성실하게 공약을 이행하기도도 했지만 몇몇 부분에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마무리 짓기도 했다. 그리고 지키지 못한 것들엔 하나같이 꼬리표가 붙었다. 여건상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그래서 이해해주길 부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노력을 이야기했고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었음을 밝혔다. 또한 그 의지에 진정성이 담겨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늘어놓은 것이다. 누군간 그들이 말한 이유를 받아들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핑계나 변명으로 치부할 지도 모른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리 ‘더 준비하고 실행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합당한 ‘이유’가 될 것인가 비난을 면하기 위한 ‘핑계’가 될 것인가. 학우들의 판단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배현우 기자
hyunooship@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