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신강 편집장 (skproject@skkuw.com)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 햇살에 물들었던 나뭇잎이 떨어져 땅을 붉게 적신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추워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평가. ‘보통’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일이다. 나에게는 5년 전 일이라, 그 날 일이 비 내리는 하늘처럼 흐릿하다. 입학 후 나는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분명히 대학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공인’받아서 입학했는데도,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나는 1학년 1학기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학교를 떠났다.
혜민 스님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묻는다.

“왜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요리, 운전, 돈 관리법, 체중 조절법, 연애하는 법, 인간관계 처신법, 잘 듣는 대화의 기술, 실패한 후 일어서는 법,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법 등.”

모든 고등학생의 목적지가 대학이 아니다. 대학은 그저 기나긴 인생에 지나가는 길목 중 하나이며 이 역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을 10대들의 종착역으로 간주하고, 수없이 많은 환승역과 갈림길을 지나치면서까지 이 기차에 모두를 태우려고 한다. 이 길에서 우리는 혜민 스님의 말처럼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배우지 못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정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른 수많은 선택지를 치워버리고, 그들이 정한 하나의 선택지만을 내민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역사 과목’은 배운 적 있지만, ‘역사를 바르게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 나라의 학생들에게 그것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그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대학에 관해 이야기해줬더라면, ‘지금은 공부하고 그런 건 대학 가서 하면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20대 초반은 조금은 달라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며 지금 이 순간도 입시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에게 ‘대학은 또 다른 지옥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걸 어찌 하겠는가….
수능을 앞둔, 그리고 수능 날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일본 교토의 어느 선원에 적힌 시를 끝으로 글을 매듭지으려 한다.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만지면 화상을 입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는다는 것쯤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강신강 편집장
skproject@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