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건축모형재료점 '아키템' 김지민 동문

기자명 이성경 기자 (stellask@skkuw.com)

새벽 3시, 술에 취해 들떠있던 친구들도 사라지고 반짝이던 가게들도 하나둘씩 불을 끄는 시간, 자과캠 쪽문 거리 한 가게에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 근원지는 건축모형재료점 ‘아키템’. 우리 학교 건축학도들의 마감 탓에 레이저커팅기가 밤새도록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키템은 우리 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지민 동문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 곳에선 많은 건축학도들이 자기 몸만 한 우드락을 들고 문을 나서고 있었다. ‘architecture’와 ‘item’을 합해 만든 이름 그대로 ‘건축모형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아키템의 김지민 사장을 만나고 왔다.

사진 | 이호정 기자 sonamuda@skkuw.com

학교에 입학한 지 딱 10년째 되는 지난해 2월, 그는 아키템을 열었다. 04학번이지만 2012년도에 졸업한 그는 학교생활이 긴 만큼 얽힌 이야기도 많았다. 정보통신계열로 입학한 그는 사실 입학할 때부터 건축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전자전기학과로 진입하게 됐고 군대와 시스템경영 복수전공이라는 먼 길을 돌고 돌아서야 건축을 복수 전공할 수 있었다. “군대도 다녀오고 전공도 2개 정도 해보고 나서 건축하고 싶다니까 부모님도 그때는 승낙하시더라(웃음).” 04학번인 그는 2009년도에서야 건축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동기들은 학사모를 쓰고 있었을 그때, 그는 새내기가 되었다. 5년제에 과제량도 많은 학과 특성 때문에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그는 그때가 제일 즐거웠다고 말한다. “진짜 딱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게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고 밤새웠던 날들이 이제껏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아니었나 해.” 그는 불과 몇 년 전이었던 학생 때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이토록 추억 많은 학생 시절이지만 졸업 후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아키템이다. “건축학과 학우들이 재료비로 돈을 정말 많이 쓰는 데 쓰는 돈에 비해 환경이 너무 열악했어. 도면 출력하는 곳 따로, 재료 사는 곳 따로, 커팅하는 곳 따로 다 뿔뿔이 흩어져 있었지.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했어.” 이런 그의 경험 덕에 아키템은 건축모형재료점이지만 레이저커팅이나 도면출력 등 건축학도에게 필요한 다른 서비스도 제공한다. 앞으로는 건축모형재료를 직접 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건축학과 학우로의 경험은 가게 운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에는 9시면 문을 닫지만, 마감 때는 밤새도록 가게 문이 열려있기도 한다. “건축학과 시간 패턴을 잘 아니까 거기에 최대한 맞춰서 하는 거지. 사실 마감 때 건축학과는 아침, 저녁, 새벽 할 것 없이 24시간이 똑같거든.” 이렇듯 학우들에게 맞춰서 운영하다 보니 힘든 점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작년에는 하루 이틀 차이로 몇 개 학년 마감이 전부 겹쳐있어서 그도 같이 며칠 밤을 꼴딱 새웠다. “학교 다닐 때는 내 마감 하나 하기도 급급했는데 지금은 다섯 개 학년 마감을 다 하는 기분이야.”
이곳을 찾는 건축학과 학우들은 그를 ‘사장님’보다는 ‘형’이나 ‘선배’라고 부른다. 고객이 그를 선배로 대하듯 사장인 그도 고객을 후배로 보고 도움을 주려 노력 중이다. 아키템에서는 건축학도서관에 없는 책에 한해 책을 신청받고 구매해 무료로 대여해준다. 또, 지난주에는 설계마감모델 사진을 보내면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자기 작품을 계속 보관할 수는 없으니까 사진으로 남겨놔야 하는데, 그걸 잘 못 하는 애들이 많아.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사진 찍는 스킬도 늘고 자기 작품을 잘 보관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 물론 가게 홍보도 하고.” 건축모형재료를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으니 그는 “건축학과 생활이, 특히나 마감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항상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언제나 도움이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마감 때문에 밤을 새야 하는 날이면 과 후배들을 불러다 맥주 한잔 하는 게 참 좋다고 말한 그의 모습은 아직 졸업하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는 선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