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보라 기자 (togla15@skkuw.com)

“무슨 학과랬죠?”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과 2학년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인터뷰를 마치며 교수님으로부터 기특함, 그리고 우려가 섞인 질문을 받았다. 아인슈타인 시대 때에는 단 몇 명밖에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성 이론에 대해 과학이라고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운 지식이 전부인 인문계 학생이 쓴다고 하니 그럴만하다. 무슨 기사 쓰냐는 말에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대해 쓰려구요”라고 대답할 때마다 느꼈던 사람들의 반응은 나와 과학 사이에 더 큰 벽을 쳤다.
인문사회캠퍼스 경영학과에 입학한 순간, 아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를 선택한 순간 나에게 하나의 금기가 생겼다. ‘과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기술’에 이야기 하는 것. 언제부턴가 숫자와 과학용어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나에게는 금기에 가까웠던 그 영역에, 호기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큰 끌림을 느껴왔다. 하지만 떨쳐내지 못했던 두려움에, 그래도 경영과 조금은 가까운 핀테크나 다른 IT 기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배움에 즐거움을 느껴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일반 상대성 이론이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 소식을 듣고 기사를 쓰려고, 학생 때도 듣지 않던 EBS 강의를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고 중간고사 공부를 할 때보다 열정적으로 찾아봤다. 그러다가 이해가 안가면 친하지도 않은 물리학과 친구를 붙잡고 귀찮게 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열정적으로 공부하면서 오랜만에 진정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고등학교 물리Ⅰ을 배운 학생보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쓴 이 글을 이과 학생이나, 물리학과 교수님이 본다면 정말 부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새겨져있던 ‘금기’에 작은 금을 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이 다른 분야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학과 예술은 미학, 융통성, 형식면에서 하나로 융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예술가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100년 전에 학문 간의 융합을 예견했지만, 단 몇 주 전만해도 나는 과학과, 기술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의 나의 시간은 앞으로 2년이 남았다. 나는 남은 2년, 어느 학과에도, 어느 학문에도 속하지 않을 생각이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