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1

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한 당신과 친구들. 누구랄 것도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대학로 맛집’을 검색한다. 블로그, 페이스북, 뉴스… 무수히 많은 게시글 속에서 제일 자주 보이는 한 곳을 찾아 ‘카톡방’에 올린다. “여기 어때?” “아, ‘식신로드’ 나온 데야? 좋아!” 식당 앞엔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꿋꿋이 기다려 마주한 맛집의 베스트 요리. 손은 포크보다 휴대전화로 먼저 향한다. 찰칵. 그날 밤, 당신의 블로그엔 음식 가게 내부, 메뉴판의 사진이 올라오고 이는 곧 맛집의 물결에 합류할 것이다. 내일, 또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글을 보고 그곳을 찾아갈 때까지.

사람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밥을 먹지 않는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 식당은 그러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맛집’은 최근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인 KBS ‘VJ 특공대’나 MBC ‘찾아라 맛있는 TV’는 각각 2000년, 2001년 첫 방송을 한 이래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예전에는 교양·시사 프로그램으로 분류됐던 것에 비해 오늘날의 먹방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전보다 프로그램 수도 늘고 내용도 다양해졌다. 2015년 11월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먹방 프로그램은 올리브TV의 ‘테이스티로드’, 코메디TV의 ‘맛있는 녀석들’,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 K스타의 ‘식신로드’, tvN의 ‘수요미식회'를 포함하여 약 10개에 달한다.
인터넷과 SNS는 맛집 열풍을 더 확산시켰다. 이제 전문 리포터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맛집 소개 글을 게시한다. 아예 맛집 관련 블로그나 페이지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들은 많게는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며 책을 내거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맛집 추천 어플리케이션들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2013년 출시된 ‘망고플레이트’는 사용자가 직접 맛집 후기를 작성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망고플레이트는 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뉴 △인기도 △지역 별로 맛집을 분류하고, 나의 취향에 맞는 맛집도 추천해준다. 매일 4~5천 명이 사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너도나도 맛집을 찾으려는 트렌드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인 이유는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이뤄진 SNS의 발전이지만, 맛집 탐방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려대 사회학과 박형신 교수의 논문 『맛집 열풍의 감정 동학과 사회 동학』에 따르면, 예전의 맛집 탐방은 미식가들의 영역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소도 고급 레스토랑 중심이었기에 ‘과소비’, ‘탐식’과 같은 비난을 받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맛집 열풍은 누구나 맛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시장의 떡볶이, 동네의 막걸리 집도 얼마든지 맛집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방문한 맛집을 블로그 등에 올리는 행위는 음식 소비가 갖는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음식이 주는 쾌락은 옷이나 장소에 비해 순간적이다. 사람들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는 이용택(국문 14) 학우는 “내가 먹은 것을 기록하고 싶기도 하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며 ‘먹스타그램’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한편, 여기저기서 맛집에 대한 관심이 늘다보니 맛집과 맛집이 아닌 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임재은(영문 14) 학우는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맛집을 갔는데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가격도 비싸고 서비스도 별로였다”며 SNS 후기와 현실의 괴리에 불평했다. 이에 대해 외식업체 ‘희스토리’의 부사장 이진형 씨는 “사람마다 맛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맛집이 늘어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희스토리 회사 소속이자 ‘대학로 맛집’으로 유명한 ‘순대실록’과 ‘핏제리아오’는 올리브 TV의 ‘테이스티 로드’나 TvN의 ‘식샤를 합시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출연한 후 손님이 늘었다. 이 씨는 “일부 식당들은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돈을 주고 방송을 타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먹방 출연이 모든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맛과 정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