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대학생 정당원이 받을 수 있는 편견에 대해 기사를 쓰면서, 숨어있는 당원들을 다 찾을 수 있길 바랐다면 기자의 욕심일까? 부탁하는 사람도 거절하는 사람도 미안한 마음에 말이 길어지기를 여러 차례, 결국 메시지 창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간신히 최 학우를 만나 인터뷰하면서는 당원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기자가 오히려 투정을 부릴 지경이었다.
지금껏 했던 어떤 인터뷰보다도 어려운 컨택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힘들 것 같지도 않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온 사람들, 특히 청년들은 언제나 대학신문 기자에게 친절했다. 해주고 싶은 말, 당부하고 싶은 말, 넘치는 진심을 지면에 다 담기도 힘들었다. 기사를 쓰면서 궁금한 게 있다는 전화를 받은 각 정당의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정작, 우리 학교의 정당원들을 우리 학교 신문에 싣는 건 그렇게 어려웠나. 세상에 할 말이 있어 정당정치의 문을 두드린 대학생들이 왜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말 거는 건 불안해했을까. 엄격한 학교 당국이나 소통 의지가 없는 정부나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때문에?
아니다, 우리들 때문이다. 누군가 타임라인에서 민감한 이슈를 꺼냈을 때, 내 의견과 다른 대자보를 봤을 때, 정치적 발언이 지나치다 싶은 사람을 돌아보던 우리들 자신의 시선이 결국 캠퍼스 전체를 옥죄게 되었다. 가장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사회가 신념을 밝히면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감옥이 됐다. 우리들 자신에 의해.
우리는 정치는 더러운 것이고 정치인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배웠다. 밥상머리에서 교실에서 술자리에서 뉴스에서. ‘순수한’ 대학생, ‘건전한’ 대학사회로 남고 싶다면 그런 것들은 모두 멀리해야 한다고 되새겼다. 정치를 캠퍼스에서 내쫓아버렸다. 하지만 우리들 전부가 같이 쫓겨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께 첫눈이 내렸다. 겨울의 초입에 내리는 첫눈은 쌓이지 않더라. 한 송이 한 송이 땅에 닿자마자 녹아 온갖 더러운 것들과 섞였다. 남는 건 신발에 묻는 진흙뿐이다. 그래도 만져보면 여전히 얼어붙도록 차갑다. 정치는, 정당은 그렇게 더러운 바닥일지도 모른다. 첫눈으로 내려앉은 스무 살 대학생은 다른 눈송이에게서도 다른 흙덩이에게서도 ‘거봐, 너도 금방 더러워지잖아’하고 손가락질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11월이다. 겨울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먼저 내린 눈이 차갑게 식혀놓은 땅바닥 위에 밤사이 함박눈을 퍼부어버리면, 세상 모든 더러움을 다 덮는 새하얗고 차가운 눈밭이 될 거다.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