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연 기자 (ery347@skkuw.com)

독립잡지 『더 멀리』는 시인 세 명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옷장은 어디로 갈까?’, ‘양탄자와 오리배’, ‘명왕성으로 가는 문’ 등 꼭지의 이름만 보면 마치 한 편의 동화책 같은 이 잡지는 문학과 비문학, 등단과 비등단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투고 받은 각양각색의 글들은 서로 모여 맛깔스러운 잡지 한 편을 완성한다. 『더 멀리』의 깊이를 더하는 이들, 편집진인 김현 시인과 박시하 시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립잡지『더 멀리』의 편집진 김현 시인(좌)과 박시하 시인(우)

사진 | 안상훈 기자 tkd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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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은, 김현, 박시하 시인 세 명이 모여 『더 멀리』를 창간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현(이하 김):
박시하 시인은 2008년에, 저는 2009년에 같은 문예지에서 등단하게 됐어요. 강성은 시인은 먼저 등단한 분인데 친해지게 되어 셋이 자주 어울려 놀았죠.
박시하(이하 박): 잡지를 만들기 전부터 같이 여러 활동을 했어요. ‘책이나 한잔 마셔요’라는 강독회도 열었고 팟캐스트 ‘시원해요’도 진행했죠. 『더 멀리』는 기존 문예지들의 형식이 비슷해 조금 더 색다르고 재밌는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창간했습니다.
김: 출판사나 편집위원이 따로 있지 않다 보니 『더 멀리』를 문학권력의 대안적 매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더 멀리』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등으로 인해 문학권력의 문제가 대두하기 전부터 기획됐죠. 문학적이면서도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재밌는 활동들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 처음의 목표였어요.

음식이나 패션에 관련된 꼭지 등을 포함해 『더 멀리』에는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기획들이 많은데요.
김:
기존 문예지들은 시, 소설, 평론이나 좌담 등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구성이 비슷해요. 그래서 좀 더 가볍고 독자들이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그 속에 문학을 녹여내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죠. 그렇다고 해서 기존 문예지를 비판하려는 시도는 아니에요. 기존 문예지의 형식이 있고, 『더 멀리』의 형식, 또 다른 형식이 다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 달라도 되는데? 우리가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이 강했어요.

『더 멀리』의 고정필진과 일반인 필진은 어떻게 모이게 된 것인지요.
박:
처음에는 주변 시인, 소설가들께 부탁드렸어요. 등단했는데도 소외되거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문인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발굴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그런 분들 중에 저희가 아는 분들께 원고를 청탁 드렸어요.
김: 시, *엽편소설, 산문분야에서 일반인 투고를 받고 있어요. 세 분야 모두 고르게 투고가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러나 잡지에 다 싣지는 못하고 저희 나름의 기준에 의해 수록할 작품을 선정하죠.
: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습작을 쓰는 분들이 주로 투고하세요. 수록되는 기준은 간단해요. 저희 마음에 들면 되죠.(웃음) 세 명 다 만장일치로 좋다고 생각하면 그 글을 실어요.

글을 쓰는 것과 잡지를 만드는 일은 확실히 다를 것 같은데요. 편집자로서 고충은 없으신가요.
박: 저희가 청탁한 원고를 일주일 정도 늦게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필진 분들이 대체적으로 마감기한을 잘 지켜주세요. 그래서 특별히 힘들지는 않아요.
: 『더 멀리』는 총 10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6개는 연재되고 4개만 매호 바뀌어요. 6개의 기획은 정기적으로 수급하는 것이니까 4개의 기획에 글을 써주실 필진 분들만 모집하면 되죠. 격월 발간이니까 이 정도의 업무까지는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독립잡지라고 해도 발간일은 꼭 지켜요. 독자분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더 멀리』는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시작했는데 잡지를 배포하고 나면 딱 다음 호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남아요. 얻은 수익으로 다시 잡지를 발행하는 구조에요.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을 만드는 거죠.(웃음) 이윤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요.

『더 멀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
오래 가는 것이죠. 처음에 『더 멀리』를 기획할 때는 적어도 1년 동안은, 그러니까 격월로 6호까지는 책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4호까지 나왔고 계속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수익성도 없고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바쁜 와중에 짬을 내 하는 일이지만, 재밌으니까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 굉장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 잡지에 실은 글을 보고 독자분들도 좋아해 주실 때 힘을 얻어요. 지금은 고정 독자가 120명 정도로 늘었는데 그분들과 계속 함께 걸을 수 있는 힘을 마련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