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주화 기자 (joohwa12345@gmail.com)

국내 출판시장은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출판물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독특한 취향에 맞는 개성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출판물들은 독자와 만나는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 독립 출판물들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독립서점이다. 독립출판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전국적으로 많은 독립서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소규모 서점이 부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명확한 수입원의 부재, 그리고 상승하는 임차료 탓에 문을 닫는 독립 서점도 생겼다. 우리나라 1세대 독립서점으로 꼽히는 '가가린'이 지난 9월 폐업했다. '가가린'뿐만 아니라 많은 독립서점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백창화, 김병록 부부의 최근 저서『작은 책방, 우리 책 좀 팝니다!』

Ⓒ알라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한 책방을 넘어 하나의 특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서점이 있다. 충북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김병록 부부. 이들은 책이 있는 마을, 책이 있는 집에서 사람들과 함께 책과 문화를 나누는 삶을 꿈꾸며 시골로 귀향했다. 처음 내려올 땐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려 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마을 운영위원회간의 이해관계 마찰로 무산됐다. 그러나 좌절의 시간도 잠시, 김병록 씨는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그들의 집을 동화 속에 나오는 공간처럼 꾸미고 예쁜 오두막을 지었다. 오롯이 책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만한 집을 만들어 냈다. 대한민국 1호 ‘가정식 책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부부는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하룻밤 자고 가고 싶다”는 말과 여행 다니며 느낀 민박집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며 민박을 운영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들이 운영하는 '숲속작은책방'에서 하룻밤 머물기 위해서는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손님이 묵고자 하는데 면접을 본다니 다소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일반 숙박업소와 달라 책을 좋아하지 않는 손님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서점은 또 다른 독특한 운영방침을 가지고 있다. 일단 들어서면, 반드시 책을 한 권이라도 사 들고 나와야한다. 이러한 남다른 운영원칙에 대해 이 부부는 ‘숲속에 있는 아름다운 집’을 보기 위해 온 사람이 아닌,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 들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또 많은 서점이 장사가 안돼 아사 직전의 상태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아름다운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책을 사랑하는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숲속작은책방'. 이러한 차별점들이 백창화·김병록 부부가 ‘전국에서 찾아오는 서점’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유럽 출판시장 매출의 20%는 독립서점으로부터 나온다. 반면 한국은 독립서점의 수도 아직 적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독립서점은 대중서적만이 아닌 여러 가지 책들을 유통함으로써 다양성의 가치를 사회에 퍼트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이 독립서점들이 출판업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계속되는 서울의 임차료 상승, 낮은 독서율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펴고 희망을 찾아 나서는 독립서점들. 저마다 대형서점에는 없는 자신만의 특색을 담아내는 소중한 공간이다. 최근 늘어난 독립서점들이 한때의 붐에 그치지 않고 작은 서점의 부흥을 이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