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옥엽 기자 (oyheo14@skkuw.com)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어느 미술관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전시장 내부는 물론이고 미술관 밖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까지 사람들로 가득 찬 광경을 본 행인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여기서 무슨 행사 하나요?"비가 쏟아지는 주말, 미술관 앞에 몰려든 뜻밖의 인파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되어 온 독립출판 북페어로, 여기에서 독립출판 제작자들은 일 년에 한 차례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고 판매하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 7, 8일 이틀간 성황리에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독립출판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서울아트북페어

사진 | 허옥엽 기자 oyheo14@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신인 저자들에게 기성 출판업계의 진입장벽은 너무나 높다. 아무리 뛰어난 글 실력을 갖춰도 무명이면 출판의 기회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립출판은 ‘누구나 책을 제작할 수 있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그러나 독립출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독립출판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개인이 독자적으로 제작하다보니 그 규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출판의 속성을 △일정량의 판매를 보장하는 유명 저자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 △책 제작 기간의 단축을 위한 분업 제작 시스템 △평균적인 독자를 겨냥한 대량 출판과 유통 △홍보를 위한 촉진 활동의 최적화 등이라 한다면 독립출판은 대체로 그 반대의 특성으로 정의된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기초로 한 출판 △소규모 개별 유통 △소수 독자를 위한 소량 출판 △제작의 일원화가 바로 독립출판의 특징이다.
그래서 독립출판은 소규모 공동체 혹은 개개인의 탈 관행적인 출판의 형태를 띠며, 표현 방식에 있어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독립출판의 특성은 톡톡 튀고 재기발랄한, 고유의 매력을 가진 출판물로 나타난다. 심지어는 원고 절반을 역방향으로 편집하거나 교정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는 등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안하는 출판물들도 있다. 이러한 독립출판물과 독자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독립출판서점이다. 7~8년 전부터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독립출판서점은 현재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독립출판서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 10여 개에 불과했던 독립출판서점이 현재 서울에만 40여 개, 전국적으로 6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외형상으로 5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셈이다. 기술적 발달로 과거보다 제작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독립출판이 좀 더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몇 권의 베스트셀러가 출판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오늘날의 출판 산업에서 출판의 다양성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을 비춰볼 때, 독립출판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독자들은 기성 출판업계에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을 통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직접 저자와 대면하며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기성출판이 잃어버린 출판의 자유와 열정, 소통에의 의지를 환기시켜주기 위해 최근 들어서는 독립출판물의 판매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출판서점과 더불어, 제작과 유통 단계를 위한 다양한 플랫폼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1. 풀무질

   

서점 풀무질

사진 | 허옥엽 기자 oyheo14@

풀무질은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난 시절의 풍경이 담겨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다. ‘풀무’란 대장간에 쇠를 담금질할 때 손이나 발로 바람을 넣는 기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무를 써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풀무질이다. 풀무질이라는 이름은 7,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세상을 바꾸는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현재 풀무질을 꾸려나가고 있는 은종복 씨는 풀무질의 네 번째 일꾼이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녹록치는 않지만, 은종복 씨는 ‘작은 책방’이라는 특징을 적극 활용해 책모임, 강연,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풀무질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까지 확대되어 현재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 책방 이음

책방 이음

사진 | 허옥엽 기자 oyheo14@

 

책방 이음은 비영리 서점으로 소규모 책방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책방 이음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권 평화, 환경이라든지 아니면 타자에 대한 인식, 자연에 대한 고민 등에 초점을 맞춘 교양서적을 주로 판매한다. 이곳은 책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몇 가지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책방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거나 간담회, 혹은 사인회가 열리기도 한다. 서점뿐만 아니라 매달 전시회를 엶으로써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수익금을 각종 공익을 위한 사회활동에 기부하고 있다.
 

3.데이지북

 

서점 데이지북

사진 | 허옥엽 기자 oyheo14@


‘감성출판서점’을 표방하는 데이지북은 작은 책방카페를 하고 싶던 아내와 책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남편이 다양한 이야기를 펴내는 독립작가들의 세계를 알게 되고, 의미 있는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책방이다. 데이지북은 수많은 감성도서와 아날로그 인쇄물,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판매하고 있으며 저비용으로 자신만의 작품집이나 책을 만들고 판매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과 판매의 모든 과정을 도와주고 있다. 또한, 책을 만들기 위한 워크숍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독립출판물과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책 판매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사진찍기 모임’과 함께 작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책과 작품 위주의 정기 플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성대신문 특집팀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박주화 기자 joohwa0526@
이소연 기자 ery347@
임효진 기자 ihj1217@
허옥엽 기자 oyheo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