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소현 기자 (thonya@skkuw.com)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니 관객 여러분께서는 객석 입장 부탁드립니다.” 지난 해 5월 성공적으로 초연의 막을 내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티켓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지난 26일 많은 이들의 기다림 속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평소라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할 저녁 무렵, 충무아트홀을 찾았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창조를 꿈꾸는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창조물인 ‘괴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공연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와 함께 굳게 닫힌 성문 위에 영상이 켜지면서 시작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신이 되려 했던 빅터의 야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치 실제 총을 가져다 쓴 것처럼 총구에서 불꽃이 번쩍인다. 총구가 적군의 병사를 치료하고 있던 앙리 뒤프레를 향하는 순간, 빅터가 나타난다. “앙리 뒤프레 소위, 이 자는 내가 연행한다” 빅터는 신체 접합술의 귀재라 불리는 그를 데려가 생명창조 연구를 진행한다. 무대 위 빅터의 연구실에는 2층 크기의 커다란 철제구조물이 놓여있다. 이 ‘생명창조기계’의 레버를 당기고 튜브를 꼽으면,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불꽃이 튀는 효과까지 자아낸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못지않게 무대장치가 정교하고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간절한 열망 끝에 생명을 창조해낸 빅터의 기쁨은 자신이 괴물을 만들었음을 깨닫는 순간 무너진다. 빅터와 괴물은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속에 끝내는 서로를 파멸시킨다.
기존의 창작뮤지컬은 ‘명성황후’처럼 한국적인 소재나 ‘빨래’처럼 가슴 따뜻한 일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작가 메리 셸리의 소설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연출가가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모든 배우가 1인 2역을 맡았다는 점 역시도 주목할 만하다. 빅터 역을 맡은 배우는 괴물을 잔혹하게 길들이는 격투장 주인 ‘자크’ 역할도 연기한다. 빅터를 돕는 조력자 앙리와 괴물 역시 같은 배우다. 1막에서는 서로를 의지하며 연구를 해나가던 두 사람이 2막에서는 이용하고 증오하는 관계로 등장함으로써 작품 전반의 이중성을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그러나 관객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배우들은 두 역할을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소화해낸다. 슬픔에 몸부림치는 괴물의 기괴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배우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정말 창조된 생명체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괴물은 창조주인 빅터에게도, 다른 인간들에게도 내쳐진 채 극심한 환멸을 느낀다. 유일하게 괴물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었던 하녀 까뜨린느조차도 결국 자신의 욕망 앞에 괴물을 배신한다. 그를 경멸하는 인간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한 괴물의 노력과 실패를 보다보면 욕망만을 쫓는 인간은 괴물처럼 흉측스럽게 느껴지고, 도리어 괴물에게서는 인간미가 느껴진다. 신의 영역을 넘보던 인간과 인간의 세계로 환영받지 못했던 괴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파괴된 창조의 결과를 통해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