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저널리즘, 결국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

기자명 박주화 기자 (joohwa12345@gmail.com)

‘로봇 저널리즘’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 심지어 대형 언론사 중 로봇 기자를 이용해 기사를 쓰고 있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를 활용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곳은 두 군데 뿐인데, 연구기관을 제외하면 언론사는 테크홀릭 뿐이다. 설립자 이석원씨는 18년간의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기술분야의 소식을 전하는 테크홀릭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 ‘테크봇’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미권에선 이미 로봇 저널리즘이 꽤 많이 사용되고 있다. 왜 국내에선 연구와 도입이 다소 늦게 되었는지.
먼저 한국의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영미권에서 로봇 저널이 발달한 이유는 영어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언어로 그만큼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영어버전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들여온다고 해서 한국 언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국어 버전으로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 한국어 버전을 개발한다고 해서 타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개발이 미진한 측면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 언론사들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기존의 매체를 고집하고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온라인에 대한 투자도 미흡하며 여태껏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자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완성된 기술을 가져다 쓰고 싶어 할 뿐 직접 개발할 의지가 없다는 말이다. ‘테크봇’ 이야기를 듣고 몇몇 언론사에서 찾아왔었는데, 그들은 완성된 기술을 원했고 자신들이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계기로 ‘테크봇’을 개발하게 되었나.
처음에 ‘테크홀릭’을 설립하고 나서 4개월쯤 뒤에 ‘테크봇’을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당시 너무 많은 언론, 너무 많은 매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테크홀릭만의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기술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기술을 직접 언론에 도입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테크봇’을 개발하게 됐다.

기존의 언론과 새로이 등장하는 로봇 저널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두 분야가 구분된다기보다 기존의 언론이 로봇 저널을 도입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언론이 탄생할 수도 있겠지만, 보수적인 시장 특성상 아무리 규모가 큰 기업이 들어온다고 해도 자리 잡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기존 언론과 로봇 저널을 분리해서 본다기보다는 기존 언론이 로봇 저널을 도입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편에선 로봇 저널리즘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자라는 직업이 아예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인공지능이 어떻게 기사를 쓰게 할 것인지를 사람이 관리해야한다. 단순 사실에 대한 기사는 분명히 ‘로봇 기자’에 의해 작성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전문적인 분야나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글을 로봇 기자가 대체할 것이냐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만 먼 훗날의 이야기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기자직이 사라지고 기자의 역할에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히 로봇에 의해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작성될 텐데, 그렇다면 여전히 편향성이 존재할 것 같다.
현재 단순 팩트 위주의 기사에서는 분명히 아주 명백하고 객관적인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 때가 왔을 때는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나, 한겨레와 같은 언론사의 정체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도래하는 ‘로봇 저널리즘’의 시대에 언론과 독자에게 어떤 자세가 요구될지.
독자의 입장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언론사는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즉,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로봇 기자’가 어떻게 글을 쓰게 할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또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게 할지를 알아야 한다. 2000년대 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미디어 기자’가 돼야 한다는 슬로건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취재하러 가면 당시에는 사진기자가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기자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고 이제는 일반 기자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이처럼 지금도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언론사들의 변신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