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끌어안은 공간, 따뜻함으로 소통하다
사람을 끌어안은 공간, 따뜻함으로 소통하다
  • 허옥엽 기자
  • 승인 2015.12.08 13:18
  • 호수 15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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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이현수 교수

공간이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알려지면서 이 힘을 활용해 공간에 머무르는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인간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다. ‘공간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를 모토로 진정한 공간의 차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이현수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간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공간마케팅의 개념에 관해 설명해 달라.
공간마케팅이란 간단히 말해서 ‘공간’을 매개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화가가 그림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처럼 나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즉,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한 내용을 공간디자인의 미적 원리로 구현해 사람들의 감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컨셉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바로 공간에서 중시되는 가치다. 이는 공간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공간은 사회성이란 가치가 중시되고, 어떤 공간은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가 중시되기도 하는데, 특정 공간에서 중시되는 핵심 가치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가 달라지고 공간마케팅 전략도 달라진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공간마케팅은 사용자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간마케팅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상당히 많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서 그들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성찰, 사람에 대한 배려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실제로,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은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를 공간으로 구현한 예시로 ‘자동문’을 들 수 있는데, 자동문의 센서가 사람의 존재를 인지하고 문을 여는 행위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문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공간마케팅을 통해 인간의 편리를 도모한 구체적 사례를 설명해준다면.
한때 연세대 생활과학대학 건물 로비에는 달랑 소파가 하나 놓여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명도 매우 어두웠다. 그러다 보니 로비에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게 됐고, 결국에는 사장된 공간이 돼버렸다. 그래서 로비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리고,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를 갖다놓고 환한 조명을 설치해 밝은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또한, 일부러 나무 소재로 벽면을 덮어 공간 전체에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이렇게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나니 학생들이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회의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공간을 잘 활용하더라. 또 하나의 예시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있는 주차장의 색채 계획을 도맡아 진행해 ‘주차한 곳을 쉽게 알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든 적이 있다. 보통 주차장은 어둡고 침침한 경우가 많은데, 주차장에 쓰이는 색의 명도를 밝게 해 전체적으로 주차장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고, 넓은 주차장에서 자신이 주차한 곳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색깔에 따라 주차장의 구획을 나눴다. 색채를 활용한 공간디자인을 통해 주차장의 분위기도 전환하고,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공간디자인이 전적으로 인간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만이 인간을 존중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을 너무 편하게만 하면 나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계단을 설치해 사람들이 좀 더 움직이도록 만들기도 하고, 일부러 동선을 길게 만들어 주변 환경을 인지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아이가 초콜릿을 계속해서 먹으려 한다고 해서 부모가 계속 초콜릿을 주지 않는 것처럼, 공간디자인도 소비자가 원한다고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이현수 교수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간마케팅의 기본철학은 인간의 내면세계와 정신을 담은 아름다운 공간을 창출해 사람들에게 삶의 기쁨과 존재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공간에 공간을 만든 사람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 그 정신은 공간의 ‘분위기’로 나타난다. 공간의 분위기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며 때때로 우리의 생각을 바꾸기도 하므로, 공간은 분위기라는 메시지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을 시도하는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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