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명륜삼겹살명륜쭈꾸미

기자명 고소현 기자 (gosohen95@skkuw.com)

 

왁자지껄 떠들며 밀려들어 오는 학우들. 사장님은 그사이를 오가며 분주하게 머릿수를 세고는 상을 준비한다. 고기와 야채, 술과 음료를 세팅 하는 와중에도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하고 “경민이 왔네?” 하고 살갑게 인사하는 사장님. 그 인사 한마디에 웃음소리가 더 높아진다.

 

'명륜쭈구미'와 '명륜삼겹살' 이름도 다르고 가게도 다르지만 학우들 사이에선 '명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학우들에게 옆 가게 ‘명쭈’로 더 자주 불리는 ‘명륜삼겹살’. 이름도 다르고 가게도 다르건만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얼까. ‘명삼’을 운영하는 서형철(58)씨는 그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같은 가게니까 그렇지.” 그와 ‘명륜쭈꾸미’의 사장 성시정(53)씨는 부부다. 무역회사에서 만나 결혼한 후, 성시정 씨가 먼저 회사에서 나와 가게를 차렸다. 그는 8년 전 회사를 퇴직한 후 아내의 가게 옆에 새롭게 삼겹살 가게를 냈다. 당시 그는 10여 년간 명쭈를 운영한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삼겹살에 곁들여지는 묵사발도 그중 하나다. 쭈꾸미를 먹을 때마다 얼얼해지는 입안을 풀어주고자 그의 아내 성 씨가 개발한 메뉴다. 직접 만든 묵사발을 먹기 위해 오는 손님도 많다고 웃으며 말하는 성 씨.
성 씨는 명륜동 토박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의 명쭈 건물에서 20여 년간 ‘천안식당’을 운영해왔다. 그녀는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27년 동안 한자리에서 가게를 꾸려왔다. ‘명륜뚝배기’란 이름으로 처음 가게 문을 열었던 그녀. 점심시간마다 300그릇씩 팔려나가는 통에 정신없이 일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야간 대학이 문을 닫았던 2000년 초, 명륜뚝배기는 처음 위기를 맞게 된다. 저녁 시간대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그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명륜쭈꾸미는 그렇게 시작됐다.
‘명뚝’과 ‘명쭈’로 이어지는 27년 동안 학우들과의 인연 또한 꽤나 깊다. “축제라도 하면 장사도 일찍 접고 보러 갔지.” 수선관 별관에서 체육학과 학우들과 어울려 축제를 구경하기도 했다던 그녀. 그녀는 옛날 쪽문이 없던 시절 명륜 시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밥집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방앗간, 양은그릇가게, 문방구가 있는 진짜 시장이었어.” 세월이 흐르며 가게 주변의 풍경도, 정 많던 학생들도 바뀌어갔다. “요즘은 학생들이 공부에 바쁘다 보니 누나, 이모라고 부르던 때의 끈끈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옛날을 회상하던 그녀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왼쪽부터 '명륜삼겹살' 사장 서형철 씨와 '명륜쭈구미'사장 성시정 씨


그래도 여전히 가게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자식 같다는 부부. 서형철 씨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입을 뗐다. “좀 더 치열하게 청춘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해.” 그는 술자리가 취업과 스펙 일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며 삶에 대한 고민도 열심히 하고 학창시절도 더 즐기라는 그. 그에게서 익숙한 아빠의 향기가 느껴졌다.
시원한 묵사발 한 그릇에 잘 구워진 삼겹살을 쌈에 싸 한입 가득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주머니 가벼운 학우들이 만원 한 장씩 들고 모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익숙한 행복함이 있는 그 곳. 명륜쭈꾸미와 명륜삼겹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