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소현 기자 (ddloves@skkuw.com)

SNS 시인 최대호 씨

SNS 시는 어떻게 쓰게 되었는가.
원래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시는커녕 백일장에 나가본 적도 없었고, 당연히 따로 글을 배워본 적도 없었다. 대학 시절 식품공학과로 편입을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서 교실 맨 뒷자리에서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재밌는 시를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펜을 들었다. 평소 말로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기에 글로도 사람을 웃기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주로 손 글씨로 시를 썼는데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수업 시간에 손 글씨로 시를 쓰고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트위터에 올린 것이 첫 시작이었기에 지금까지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캐릭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가 점점 알려지면서 어머니께서 컴퓨터 워드로 작성하라고 권유하셨다. 그래서 시도해 봤는데 손 글씨를 유지해달라는 평이 더 많더라. 지금은 다시 손 글씨로 시를 쓰고 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최대호 시인의 시다.

본인의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인이라고 불리는 게 맞나.
솔직하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를 좋아하고 SNS 시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 시인이라고 불러주는 건 고맙다. 그러나 SNS 시가 생소한 분이나 문학 관계자 중에는 나의 시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시인이라기보다는 ‘작가’ 정도로 불러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그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문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SNS 시’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아예 시가 아니라고 치부하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연애소설 같은 경우 진지하지 않다고 해서 소설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는다. SNS 시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공감하기 쉬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SNS라는 공간이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계정만 만들면 사무실을 차릴 수 있다. 그 사무실에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내면서 독자가 작가가 되고 작가가 독자가 되는 흐름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연애소설을 독립된 분야로 인정하듯 SNS 시 역시 새로운 영역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시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최대호의 글’은 나를 모르는 사람까지도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단어를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글을 써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슬픈 글을 쓸 때는 직접적으로 독자가 슬프도록 만들고, 웃긴 이야기는 누구나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주된 포인트이다.

기존의 시와 본인의 시가 가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은.
‘시’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성을 운율감 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나의 글 역시 운율이 있기 때문에 시 형식을 그대로 빌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제가 기존의 시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는 것을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시는 인생이나 깊은 사랑 등을 다뤘다면 나는 수강신청이나 횡단보도 등 일상을 소재로 글을 쓴다.

SNS 시의 전망은.
감히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SNS 시가 유행이나 가벼운 말장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여 새로운 하나의 문학 분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지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SNS 시가 전시되고 있는데 이 '시인시대展'을 통해 SNS 시도 하나의 ‘문화’라는 인식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생각한다.

SNS 시인의 조건이 따로 있다고 생각 하는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만 조리 있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나도 글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면 이미 조건은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SNS 시를 쓸 때 시에 반전을 주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제목을 거창하게 하고 글의 후반부에 반전을 주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쓰는 것이 나름의 패턴인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끊임없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현재 활동한지 2년이 넘었는데, 식상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면서 기발한 글을 써 내는 것만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잠깐 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은은하게 빛을 내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글로 시작을 했으니 글로 끝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