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티라노사우루스, 수학으로 베일을 벗다
상상 속 티라노사우루스, 수학으로 베일을 벗다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6.02.29 19:04
  • 호수 15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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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학술부 - 티라노사우루스 노화패턴 연구

 

우리는 모두 한때 대한·민국·만세와 같은 꼬마였다. 그 시절 우리의 상상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공포와 동시에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해 다시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가 발표됐다. 당신이 상상했던 티라노사우루스를 이제 새롭게 마주해보자.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공룡 중 가장 포악한 포식자’, ‘생태계의 폭군이자 지존’. 모두 티라노사우루스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은 별명에 걸맞게 매섭다. 상상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매끈한 등허리에 날카로운 발톱,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긴 꼬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도마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부(학부장 양철웅) 원병묵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파충류보다 조류에 가깝다. 원 교수가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주기를 파악하여 생존전략과 노화패턴을 분석한 결과다. 

➊각 동물들의 생존율 곡선을 나타낸 그래프.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존율 곡선 형태가 ‘ㄱ’ 자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연구의 시작은 지난 2006년 <Science>에 게재된 플로리다 주립대 생물학과 에릭슨 교수의 논문과 관련이 있다. 에릭슨 교수는 당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명표를 처음으로 보고했다. 에릭슨 교수는 전 세계에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들을 찾아다니며 화석의 절단면에 나타난 나이테와 같은 흔적을 관찰해 사망 당시 나이와 몸무게를 추정했다. 이를 생명표로 정리한 후 ➊생존율 곡선으로 나타냈는데, 티라노사우루스가 0세부터 2세까지의 기간에 60%의 유아들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형태는 ‘ㄱ’자 모양으로 사람과 비슷했다.

에릭슨 교수는 이에 근거하여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주기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듬해 미주리 주립대학 생물학과의 리클레프 교수는 다른 분석방법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가 인간보다는 조류 및 포유류와 가깝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사망률이 높은 유아기를 제외한 곡선의 나머지 부분을 분석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전 연구의 한계점은 유아사망률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힌트를 얻어 원 교수는 두 연구에 사용됐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존 연구에 사용됐던 데이터에 새로운 분석방법을 적용했다.

➋원병묵 교수가 개발한 ‘수정된 늘어진 지수함수’. 고정된 상수로 여겨졌던 지수를 나이에 의존하는 변수로 바꾼 함수다.

 원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주기 분석에 직접 개발한 수학모델을 활용했다. 원 교수가 개발한 수학모델은 ➋‘수정된 늘어진 지수함수’로, 기존의 지수함수보다 더 정교한 수학모델이다. 이는 생존율 곡선의 유연성을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수식이다. 곡선의 유연성은 생존율 곡선이 연령대별 사망률에 따라 매우 유연하게 변할 수 있음을 뜻한다. 플랑크톤처럼 먹이사슬의 하위에 놓인 생물의 경우 다른 종에게 항상 먹이가 되기 때문에 연령에 관계없이 사망률이 일정하다. 그러나 인간은 초기에는 사망률이 거의 없다가 노년에 집중된 ‘ㄱ’자 형태의 생존율 곡선으로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 이 곡선의 유연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사망률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고, 향후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측도 가능하다. 곡선의 유연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함수는 지수함수인데, 기존에 개발됐던 지수함수 모델은 사망률이 일정한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공식에 변수를 추가한 함수가 ‘늘어진 지수함수’인데, 이조차도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존율 곡선을 표현하기에는 정교하지 못했다. 원 교수는 지수를 나이에 의존하는 변수로 바꾸어서 공식을 더 정교하게 구축해 ‘수정된 늘어진 지수함수’를 개발했다. 이 수학모델을 통해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존율 곡선이 가진 유연성을 표현하고 해석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➌곡선이 왼쪽에 치우친 것은 노년기가 길다는 것을, 오른쪽에 치우친 것은 성장기가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한 수학모델을 바탕으로 해석한 결과, 원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주기가 인간이나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혔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최고수명이 약 28년 정도였는데, 그중 18년 정도가 성장기이다. 일생의 60% 정도가 성장기이고 노화를 겪는 기간은 40% 정도인 것이다. 반면 인간은 최고수명이 110년 정도라고 가정할 때, 일생의 15% 정도만이 성장기이고 나머지 기간에 서서히 노화를 겪는다. 이와 같은 사실은 원 교수가 △매 △악어 △호랑이 등의 동물들과 티라노사우루스를 비교한 ➌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에서 가로축은 특성수명으로 나이를 나눈 값을, 세로축은 지수 값을 의미한다. 그래프가 왼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노년기가 길다는 것을 뜻하며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성장기가 길다는 것을 뜻한다. 표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매, 타조 같은 조류와 유사하게 그래프가 오른쪽에 치우쳐 있지만, 인간은 왼쪽에 치우쳐 있다. 생존율 곡선과 사망률 곡선을 비교하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사람과 닮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기와 노년기의 기간을 비교해보면 노화패턴이 오히려 조류와 닮아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성장기가 길게 나타나는 것은 생존전략과 관련이 있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후손의 수가 적어 후손을 돌보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성장기는 짧지만 성장한 이후에는 서서히 노화가 진행된다. 반면 티라노사우루스는 당대 생태계에서 생존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생존전략을 선택하여 성장기가 긴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원병묵 교수 

사진│이호정 기자 sonamuda@


 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 관한 후속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원 교수는 수학모델을 활용한 분석방법이 다른 동물의 생존전략과 노화패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원 교수는 인간 노화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는 데도 수학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 교수가 개발한 수학모델은 노화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인간 노화의 특징과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치료법이 개발되면, 수학모델로 노화패턴의 변화양상을 분석하여 효과의 정도를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 교수는 10여 년간 노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끝에 결실을 보았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제품의 수명을 예측하기 위해 만든 수학모델이 이번 연구에 활용됐던 모델이다. 이 모델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하고자 인간의 생명표 데이터에 적용해봤던 원 교수는 노화패턴 연구에 매력을 느꼈으며, 이후 박사과정으로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노화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다. 공학자이지만 수학을 이용해 고생물학을 연구한 원 교수는 “전공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도전하라”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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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표=동시출생 집단의 연령별 생존율 및 사망률을 기록한 통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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