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기자 (skrtn1122@skkuw.com)

 

부르지 마세요 ‘음료님’ 불러주세요 ‘우리의 이름’
서비스업계의 치열한 전쟁은 ‘누가 고객에게 더 친절하고 공손하냐’는 명제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상냥한 웃음, 경쾌한 목소리, 공손한 말투 삼박자가 어우러지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욱더 공손해지는 방법이 남았다. ‘주문하신 음료 나오셨습니다’ 바로 ‘사물존대’다.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사물존대는 잘못된 표현이라 배웠다. 하지만 교과서 밖 사회는 우리에게 사물존대를 가르쳤다. 높으신 고객을 더욱 높이기 위해 그들이 마시는 음료마저 높이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서비스업계에선 당연한 일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일상에 반기를 드는 업체가 생겨났다. 음료 전문업체 △망고식스 △카페베네 △파스쿠찌가 사물존대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과잉친절의 폐해인 사물존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앞장서서 캠페인을 벌이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엔젤리너스는 아르바이트생 처우 개선을 위해 매월 첫 번째 수요일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내 이름을 불러줘’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무뚝뚝한 말투로 주문하면 50% 할증 △존댓말로 주문하면 20% 할인 △아르바이트생의 이름을 부르며 ‘맛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5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이다.

 

통인동 커피공방의 꿈
지난해 4월 30일 서촌에 있는 ‘통인동 커피공방’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통인동 커피공방은 2010년부터 근로자의 날 전날인 4월 30일에 매년 노동 관련 캠페인을 연다. 이날의 캠페인 주제는 바로 ‘감정노동’이었다. 청년유니온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함께 참여한 이 행사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감정노동 현실을 알리고 이들을 대하는 고객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열렸다.

이 특별한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통인동 커피공방의 사장, 박철우 씨다. 그에게 감정노동을 주제로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나도 스타벅스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기에 감정노동과 무관하지 않다”며 운을 띄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 또한 같은 곳에서 일하며 많은 상처를 받았고 고객들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가게를 개업한 이후부터 항상 감정노동을 주제로 캠페인을 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고객’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망설여졌다. 그러나 그는 “우리 고객은 대부분 양질의 고객”이라며 “우리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라면 이 주제로 편히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마침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에 청년노동자를 위한 활동 단체인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청년유니온,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2015 당신의 노동이 고맙습니다’ 캠페인을 열었다.

무거운 행사가 되기를 원치 않았던 그는 봄이라는 계절에 맞게 축제의 분위기도 담고 싶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길거리 공연을 순서에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감정노동자들이 겪은 아픔을 치료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밴드를 선물하고 그들의 노동이 아름답다는 의미로 장미꽃을 나눠주었다. 또한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며 많은 사람의 참여를 북돋았다. 당일 나간 무료 커피는 총 4,500여 잔이었다. 박철우 사장은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행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아르바이트 청년들도 노동자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 요구에 대해 응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청년의 감정노동이 개선되기 위해선 그들을 노동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청년 감정노동자가 고용주와 고객보다 힘이 없지만 그래도 당사자로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에다 나이도 어리니 약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들 스스로도 노동자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