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사회부 - 아르바이트 청년의 감정노동 들여다보기

기자명 김수현 기자 (skrtn1122@skkuw.com)

청년의 감정노동.

어른의 세계에서 어리다고 무시 받는 그대.
부당한 대우에도 고개만 숙이는 그대.
고객을 향해 항상 웃고 있는 그대.

그대에게 묻습니다.
그대는 어떤가요,
그대는 괜찮은가요.

 

우리는 화폐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천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허기를 달랠 수 있고, 만 원이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건 단순한 ‘음식’이나 ‘영화 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물건을 건네는 직원들의 친절과 웃음, 즉 그들의 ‘만들어진 감정’도 함께 어려 있다.

감정노동에 허덕이는 사회
‘콜센터 직원 자살사건’, ‘땅콩 회항’, ‘백화점 모녀’. 하루가 멀다 하고 감정노동자의 신음이 들려온다.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창안한 말로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말이다. 혹실드는 1983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관리된 감정: 인간 감정의 상품화』에서 감정노동을 ‘배우가 연기하듯 고객을 위해 자기의 감정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 감정노동은 더 이상 ‘어느 정도’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은 듯하다. 라면을 잘못 끓였단 이유로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해도 승무원은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고, 고객이 모멸감을 느꼈단 이유로 주차관리자가 주차장에 무릎을 꿇고 앉아 2시간을 사과해야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감정노동은 고객을 대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수준을 넘어 부당한 처우에도 침묵해야 하는 ‘감정말살’ 단계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특히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우리나라 서비스·유통업계의 과잉친절 문화는 해당 업계 종사자를 감정노동으로 더욱 내몰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유통업·서비스·판매 종사자 3,4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0% 이상이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실제 감정을 배제한 채 회사의 지시대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답했으며, 60% 가량이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나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범람하는 감정노동에 사회 전체가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희망 뒤 그늘, 아르바이트 청년
감정노동 문제가 양지로 올라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총 3차례에 걸쳐 시민단체 및 기업과 ‘감정노동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감정노동자의 인권 보호 및 이들을 존중하는 기업·소비문화 만들기 △감정노동자를 위한 응대 프로그램 마련으로 전문성 강화 △감정노동자를 위한 힐링프로그램 마련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이었다. 또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관련법률 개정안 5건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감정노동자를 위한 6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감정노동자를 위한 행정적·법적 개선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러나 희망의 뒤편엔 여전히 그늘이 존재한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개선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감정노동자’의 범주에서 ‘아르바이트 청년’은 배제된 상황이다. 학업 및 취업준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들이 흔히 택하는 아르바이트는 다른 고용형태에 비해 근속 기간이 짧고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청년들 역시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2,982명을 상대로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인식 조사를 한 결과 71.3%가 '자신을 감정노동자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83.2%는 '감정적으로 힘들어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해 청년유니온이 만 15세 이상 만 29세 이하 서비스업 종사자 2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총 73.3%가 ‘한 번 이상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 및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을 피하거나 응대를 그만둘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62.9%였다. 이러한 현실에도 아르바이트 청년의 감정노동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김현주(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사회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을 노동자로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청년 또한 △생활비 △주거비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일을 하는 노동자다. 이승우(통계 11) 학우는 “아르바이트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월세 일부분과 생활비, 학원비 등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