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곱창 사장 박태임(63)씨

기자명 성여경 기자 (ssungvely@skkuw.com)

“꼭꼭 숨어라. 숨은 맛집 보일라” 인사캠 쪽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양현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대가곱창’. 언덕을 올라와야 찾을 수 있는 작은 가게이다 보니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 든다. 진정한 맛집은 골목에 숨어있어도 빛을 발하는 법. 멀리서도, 시간이 흘러도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이곳이 바로 대가곱창이다.

대가곱창 사장 박태임(63)씨

가게에 들어서자 큰집에 놀러 온 조카인 듯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장 박태임(63)씨. 박 씨는 8년째 곱창 가게를 운영 중이다. 가게 이름이 ‘대가(大家)’인 이유를 물었더니 특별한 의미 없이 아는 분에게 작명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큰집 같은 포근함과 반가움을 간직한 곳이었다.

박 씨는 원래 인사캠 쪽문, 지금의 ‘운동화 빨래방’이 위치한 곳에서 지인과 함께 분식 가게를 운영했다. 당시 분식 가게 맞은편에는 곱창 가게가 있었다. 그러다 같이 가게를 운영하던 지인과 곱창 가게 주인아저씨가 비슷한 시기에 일을 그만두게 돼 박 씨는 우연한 기회로 곱창 가게를 인수했다. 재료의 양과 가짓수가 많은 분식 가게에 비해, 곱창 가게는 조리 방법이 간단하고 부수적인 반찬 수가 적어 편했다. 그렇게 곱창 가게의 새로운 주인이 된 박 씨는 지난 2009년부터 쪽문 길목에서 가게를 운영해오다 2012년에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곱창 가게 건물은 무허가 건물이었기 때문에 구청의 신고로 벌금을 내고 가게 위치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딘가 불편했던 마음을 떨쳐 버리고 정든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던 박 씨는 쪽문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대가곱창은 우리학교 고시생의 공간, 양현관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자리 잡았다.

대가곱창은 우리학교 고시생의 공간, 양현관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 덕분일까. 쪽문 길목에서 맺었던 인연의 끈과 단골 학생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 그만큼 자주 찾아오는 단골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도 많다. 은행에 취업한 한 남학생은 채용과정에서 ‘가장 즐겨 먹고 기억에 남는 음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박 씨가 만든 곱창이라고 답했다. 수많은 가게 중에서 자신을 떠올렸다는 것이 고맙고 흐뭇했다는 박 씨. “저 밑에 살던 성대생 형제는 곱창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먹으러 왔어. 지금은 결혼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갔는데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이걸 먹으러와. 형은 혼자 곱창 1인분을 사러 1시간 거리를 달려오기도 해. 그런 게 나한테 참 추억인 거 같아” 박 씨는 시간이 지나도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큰어머니처럼 학생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은 곱창과 막창, 그리고 새로 개발한 점심밥 메뉴들에 녹아있다. “우리 아들이 36살이거든. 나한테 학생들은 막내아들, 조카뻘이지. 그러니까 학생들이 오면 굉장히 편하고 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명절에 큰집에서 느끼는 포만감이 배에도 마음에도 가득 차는 이곳. 늦은 밤 출출해서 야식이 먹고 싶을 때, 술 한 잔 기울이며 쫄깃함을 맛보고 싶을 때, 맛집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