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선택의 순간을 움직이다
넛지, 선택의 순간을 움직이다
  • 박주화 기자
  • 승인 2016.03.14 17:42
  • 호수 15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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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집을 나선 후, 일을 마치고 다시 잠이 들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된다. 어떤 행동은 긴 생각 끝에 하기도 하며 다른 행동은 무의식중에 행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선택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한 것일까?

 

 

완벽하지 않은 선택
우리는 하루에 수백 번 선택을 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아주 적은 양의 치약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치약을 길게 짜서 양치한다. 또, 카페에서 점원의 “큰 사이즈, 중간 사이즈, 작은 사이즈 중 어떤 사이즈로 드릴까요?” 라는 물음에 무심결에 중간 사이즈를 달라고 말한다. 누구도 이렇게 행동하라고 말한 적이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넛지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으로, ‘직접 특정 행동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치약을 길쭉하게 짜는 모습이 나오는 만화영화나 광고는 우리가 치약을 짤 때 영향을 끼친다. 또 작은 사이즈 대신 중간 사이즈를 팔고 싶은 카페 사장의 행동과 같은 많은 넛지들이 일상 깊숙한 곳 까지 작동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는 인간이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선택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과서의 말처럼 모든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간은 그런 방식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신문을 정기구독했던 때를 떠올려보자. 많은 사람들 이제 더는 읽을 마음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을 중단하지 않고 유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 몇 분의 통화만으로 쓸데없이 낭비되는 돈을 아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처음의 선택을 고집하는 인간의 경향을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인간의 또 다른 비합리적 판단으로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있다. 『넛지』의 저자 탈러는 “이 현상은 개인들이 감수하는 수많은 리스크에 대해 설명해준다”라고 말한다. 그는 사업가들에게 (a) 해당 업종의 사업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b) 당신이 성공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라는 설문을 실시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a)에 대해서는 '50%', (b)에 대해서는 '90%'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인간은 교과서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결코 합리적인 판단만을 하지는 않는다.

왜 설계는 불가피한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행동과 판단은 완전히 합리적,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선택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때의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완벽하게 중립적인 맥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선거용지 디자이너라고 생각해보자. 탈러가 진행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가상의 투표를 하게 했을 때, 가장 상단에 위치한 선택지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35%가량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어떤 후보는 분명히 가장 상단에 위치하게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후보에게 이익이 되는 설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빛이 잘 드는 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렇듯 의도하든 아니든 우리는 사람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선택을 ‘설계’하지 않을 수 없다.

넛지의 두 얼굴
인간은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넛지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설계자의 의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넛지가 어떤 방향으로 적용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넛지는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될 수도, 혹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인간은 밥을 먹을 때 일정량을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한 그릇을 비웠을 때 포만감을 느낀다. 이런 점을 이용해 비만 관리센터는 참여자들의 다이어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소비자의 진정한 이익이 아닌, 단지 많은 매출을 올리고 싶어 하는 회사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가벼운 스킨쉽을 하거나, 구매 의사를 물었을 때 구매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을 이용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공략하기도 한다. 넛지는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선택에 이로운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불가피하므로 어떠한 상황을 설계할 때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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