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도준우 PD

기자명 이호정 기자 (sonamuda@skkuw.com)

 

지난 18일, ‘한국PD대상’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팀이 대상격인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우리 사회가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는 도준우 SBS 시사교양국 PD를 만났다. 유투브에 그의 제2의 이름 ‘돈춘호’를 치면 PD 도준우와는 또 다른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예능국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던 20대의 도PD가 어떻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출을 맡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제부터 PD의 꿈을 갖게 되었는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방송 쪽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하고 싶었던 걸 했다. 음악을 하고 싶으면 음악을 했고, 격투기를 좋아해 격투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격투기 웹진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관련 방송에서 일했고 PD란 것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좇다보니 끝에 PD가 있었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나이는 아니고 졸업을 앞둔 상태였다.

예능국으로 입사해서 교양국으로 옮기게 된 이유는.
입사 때까지만 해도 오로지 예능이었다.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좋고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도 예능 쪽이지만 일하는 환경도 지원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예능국은 재미있고 개성을 존중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준비기간이 길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했다면 예능국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짧은 기간 만에 입사하게 됐다. 막연히 예능국에 대한 기대만으로 입사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예능은 100명 가까운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여야하고 예민한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교양은 소수의 인원이 동아리처럼 만들어 가는 것이다. 2~3명이 움직이며 취재하고 편집한다. 그러다 보니 더 소통도 잘되고 인간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옮기게 되었다.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의 지향점은 예능이지만 만드는 환경은 교양국이 더 잘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아직은 없다. 일하는 환경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교양과 예능 사이의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짝>과 <동상이몽> 모두 예능적 요소와 교양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교양에서도 예능이 가미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로 가장 인상 깊었던 회차는.
작년 10월에 방송된 ‘엽기토끼와 신발장.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PD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봤지만, 살인 사건에서 생존한 사람과 인터뷰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섭외부터 설득 과정까지 힘들었고 또 인터뷰도 조심스러웠다. 인터뷰 도중에 뇌리에 남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주제 선정부터 방송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제작은 5주 동안 이루어진다. 아이템 선정 2주, 취재 2주, 편집 1주의 스케줄이다. 아이템을 찾는 경로는 다양한데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뉴스 기사를 보고 해당 경찰서와 컨택해서 잡는 경우도 있다. 좋은 아이템은 사람들 입에서 많이 나오는 편이다. 알고지내는 경찰, 변호사, 인권단체들과의 술자리, 밥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신정동 사건 같은 경우도 서울 미제팀 형사들과 점심을 먹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생존자가 엽기토끼 신발장을 기억하고 있다”라는 형사의 말에서 그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

취재과정의 어려움이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경찰, 유가족, 피해자, 가해자, 사건 주변인들을 모두 인터뷰해야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TV에 나오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서 설득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가해자나 경찰 같은 경우에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며 ‘잘못한 점이 있지 않나, 반론하시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나 유가족 분들은 방송을 통해 사건을 알리고 억울함을 풀 수도 있지만 상처를 한 번 더 후벼 파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딜레마다. 또 늘 같은 설득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말솜씨, 언변으로 설득을 하기 보다는 많이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것이 나의 설득 방법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1022회 방송 캡쳐 화면

지금 계획 중인 혹은 앞으로 방송에 내보내고 싶은 사건 및 주제는.
시청자분들은 강력사건, 살인사건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 팀에서는 그런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와 같은 더 큰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하지만 자극적인 아이템이 아닌 경우는 시청률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단순 사건보다는 더 큰 이슈를 다루고 싶은 마음이다. 사건 같은 경우에는 신정동 사건의 범인을 꼭 찾은 뒤 후속 방송을 하고 싶다. 방송 당시에만 하더라도 금방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을 나가기 전에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돈춘호’라는 예명을 가지고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을 진학하기 전까지는 힙합과 랩에 관심이 없었다. 신입생 때 압구정에 갔다가 드렁큰 타이거의 게릴라 콘서트를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엔 드렁큰 타이거를 좋아하다가 그다음에는 언더그라운드의 래퍼, 해외 힙합까지 영역을 넓혀 좋아하게 되었고 음악도 많이 들었다. 2001년 당시 힙합 동아리를 들고 싶었는데 학교에 동아리가 없었다. 그래서 과 동아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과에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중앙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당시 랩을 해본 사람은 없었지만 같이 가사를 쓰고 음악도 듣고 서로 평가해주고 재미있게 하면서 랩이 많이 늘었다. 지금은 ‘가당찮’으로 활동하는 친구와 함께 천천히 곡을 쓰는 중이다. 예능국에 있을 때만 해도 주말마다 홍대 놀이터에서 공연도 했었는데 교양국을 와서는 스케줄이 뒤죽박죽이다 보니 가끔 만나서 가사도 쓰고 녹음하고 있다.

대학시절의 자작 랩 UCC '훈민정음' 캡쳐 화면.

과거에 찍은 랩 동영상 및 뮤직비디오에 얽힌 일화는.
PD가 될 줄 몰랐던 과거의 내 작품이다. 졸업을 앞두고 신림동 자취방에서 살 때였는데 지인이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돼서 ‘나도 한번 해봐야지’라고 마음먹고 디카를 샀다. 그리고 자작 랩 ‘훈민정음 랩’을 찍고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 뜨거워서 네이버 메인에도 뜨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뮤직비디오도 친구 한 명이 찍어주고 내가 편집해서 만든 것이다. 배경은 모두 신림동 고시촌이다.

일과 취미생활(랩)은 병행하기 어렵지 않은가.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는 일 하고나서 쉴 땐 하고 싶은 것도 했었는데 바빠서 못하게 된지 꽤 되었다. 요즘에는 쉴 때 여행을 가거나 연극 또는 영화를 많이 보려고 한다. 독특했던 나의 취미를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지금은 내 컨텐츠를 보여주고 사람들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방송에서 랩을 하는 기회를 통해 욕구를 푸는 중이다.

피디 또는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PD는 생각의 깊이, 넓이가 중요한데 열심히 공부만해서 학점 따고 장학금을 받고 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모르겠다.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남들이 안 해보는 것들을 해보고 그러면 남다른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굳이 언론 관련 학과를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PD가 되기 위해 스펙을 쌓기 보다는 자기가 관심 있는 것을 여러 개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것이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