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대학이 최근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하 코어 사업)’에 선정되어 3년간 34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총 46개 대학이 지원한 사업에서 16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대학의 일원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재정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거기에 우리 대학의 사업계획이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일이다.

소위 ‘인문학의 위기’는 다양한 논의의 수준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교육기관인 대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다른 전공의 학생들에 비해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코어 사업이 인문학 전공자의 취업 촉진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그로부터 진정한 인문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문학 전공자의 상대적 취업 부진은 인문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할 지는 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하버드 대학도 몇 년 전 ‘인문학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인문학 교육의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인문학 전공자 비율은 1966년에서 2010년 사이에 14%에서 7%로 줄었다. 하버드 대학의 인문학 전공자 비율도 최근 60년 간 36%에서 20%로 줄었다. 이러한 변화가 하버드 대학의 ‘인문학 프로젝트’의 배경이 되었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출판된 보고서 『Mapping the Future』에서는 인문학도 여타 학문 영역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험을 묘사하고 평가하며 미래를 창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록 접근 방법이나 관심의 구체적 대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관찰력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것은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공통점은 인문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수용의 좋은 출발점을 제공한다.

얼마 전 인류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 준 알파고는 과학 기술의 산물이다. 그런 알파고도 인간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 또한 그렇다. 과학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더욱 많은 일들이 협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인문학에서 우리에게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소통하고 협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인문학과 더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인문학도 다른 학문 영역과 더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의 인문학은 전통과 독보적 위치를 자랑한다.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우리 학생들이 왜 소프트웨어를 배우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그것이 자신에게나 함께 살아가는 동료 인간들에게나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균관대의 인문학이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컴퓨터 랩 뿐 아니라 과학이나 공학 실험실에도, 수식이 빼곡한 강의실에도 인문학이 찾아가 우리 학생들에게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