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연기예술학과 연출 정시를 치르면서 다른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거 지원한 사실에 많이 놀랐다. 면접을 통해 그 사연을 들어보니 부모님 반대로 인해 다른 과에 지원하여 학교에 다녔으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필자가 놀란 이유는 다른 대학교에 다니다가 새로이 지원한 점이 아니라 대학생이 되도록 자신의 진로에 대한 선택까지 부모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다. 삶이란 출생과 죽음 사이의 연속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이유는 실패 확률을 줄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일러스트  │정낙영 전문기자 webmaster@


실패하면 패배자 혹은 무능력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과 대립항에 놓이는 개념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과정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인 만큼 패배자로 단정 지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성공과 실패는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를 끌고 다니면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삶의 기준을 타인의 잣대와 시선에 의해 결정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숨긴 채 타인의 시선에 보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연기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혼자 할 땐 잘 됐는데…”다. 결국,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이다. 자의식이 들기 시작하면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선생님이 뭐라 하실까? 친구들이 이렇게 연기를 할 때 뭐라고 얘기할까? 이런 수많은 생각들로 인해 생각한 대로 안 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는 관객 앞에서 연기해야 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야 해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느끼고 함께 해야 한다. 즉 연기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타자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칸트는 “내 행위를 제약하는 타자를 의식하고 도덕적으로 대하는 것은 나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내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 짊어지면 성숙한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즉 타자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충동과 본능에 충실한 것이지 진정한 자유라 말하기 어렵다. 진정한 자유란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자율의지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젊은이가 타자의 시선으로 판단되는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꿈과 삶에 당당히 맞서서 도전하고 실천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스피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김현희 교수
연기예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