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기자 (skrtn1122@skkuw.com)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이면엔 무책임한 행태가 존재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유기된 반려동물은 총 37여만 마리에 달하며, 이 중 25%가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를 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모진 학대를 당해 동물구조단체에 의해 구조되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러스트 | 정낙영 전문기자 webmaster@

상처에도 사랑이 고파요
지난 5일, ‘케어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케어)가 운영하는 유기 및 피학대 동물 입양센터를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고 펄쩍 뛰며 반갑게 맞아준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학대당했지만 동물들은 다시금 사람의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며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이곳에는 ‘앤’이라는 이름을 가진 슈나우저가 있다. 앤은 10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애니멀 호더(동물 대량 사육자)인 할아버지에 의해 감금 및 방치되었었다. 앤을 비롯한 수많은 개들은 굶주림과 오물로 뒤덮인 지옥 속에서 가까스로 케어에 의해 구조됐다. 이전에도 구조 시도가 있었지만, 현행법상 주인이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물을 데려올 수 없어 개들은 오랫동안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케어는 지속적인 설득 끝에 할아버지로부터 개들을 구조해냈다.

이처럼 고통 받았던 앤은 봉사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애교쟁이다. 산책하러 나가면 몇 걸음 걷다가 자신을 만져 달라고 금방 바닥에 누워버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어주면 앤은 가뿐히 몸을 일으켜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앤이 내딛는 걸음에는 이제껏 누리지 못한 따스한 세상으로 향하는 용기가 가득 담겨 있다.

문제 상황에도 부족한 해결방안
주기적으로 케어에 찾아와 봉사하는 강미리 씨는 유기 및 피학대 동물 문제의 원인에 대해 “동물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허술한 법체계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앞에서 병든 병아리를 단 몇백 원에 사고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사회에 만연하다”고 밝혔다. 또한 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인이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학대가 발생해도 구조하기 어렵다. 운 좋게 구조돼도 시위탁보호소로 보내질 경우, 10일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하고 만다.

이에 따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학대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하며, 안락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동물의 존엄성을 우선시해 강력한 동물보호법으로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가 500개 이상의 동물보호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물론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사람들의 인식을 한순간에 바꾸긴 힘들며 법을 수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동물 보호에 필요한 비용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동물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 인간의 자유와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우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제는 인간 이외의 생명에까지 확장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