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소현 기자 (thonya@skkuw.com)

‘공간’은 중요하다. 아늑한 카페에서의 독서와 조용한 독서실에서의 독서는 분명 다르다. 대화를 나눌 때도 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인지가 꽤나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의 삶에 은근하고도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는 공간.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집’이다. 내가 살아가는 나의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꾸며보는 건 어떨까. ‘셀프 인테리어’는 어렵지 않다. 다만 어렵다고 생각될 뿐이다.

일러스트 | 정온유 전문기자 webmaster@

실내를 꾸민다는 ‘인테리어’에 ‘셀프’를 붙인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다. 셀프 인테리어란 인테리어 업체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집을 꾸미는 것으로 가구, 침구, 소품은 물론 벽지, 조명까지도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고르고 배치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하게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내가 직접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어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공간 혹은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공간을 직접 만드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는 외출보다 집안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집안여가족’, 개인을 위한 가치투자를 아끼지 않는 ‘포미(for me)족’ 등과 같은 새로운 소비트렌드의 등장과도 관련이 있다.

‘집’이 단순히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쉼터로 변모하면서 거주공간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 역시 커졌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 셀프 인테리어 관련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 이 중 DIY가구는 20%, 조명은 50%, 벽지는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장의 동향에 따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인터파크는 고객들이 셀프 인테리어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2016 봄 가구·침구·인테리어 Home Furnishing'브랜드 기획전을 진행했고, 이케아(IKEA)는 홈페이지에서 ‘이케아로 꾸민 우리집’이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으로 연출한 공간의 사진을 보내면 대중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사진을 선정하여 경품을 증정한다. 방송을 통해서도 셀프 인테리어를 향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12월에 시작한 ‘내 방의 품격’은 인테리어 초보들도 쉽게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의 화제인물 중 ‘방스타’를 찾아 노하우를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에서는 연예인이 셀프 인테리어를 의뢰하면 99만원 한도 내에서 방을 바꿔주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달 30일부터 5일 간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올해로 22회 째를 맞았다. 이번 페어는 '홈 큐레이션'이란 주제로 293여개의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역대 최대인원인 27만 명이 방문하여 셀프 인테리어 열풍을 여실히 입증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들을 전시한 기업 부스는 물론, 페인트 체험 이벤트나 접시 페인팅 시연회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였다. 올해의 스타 디자이너 4인이 ‘홈 스케이프(Homescape)’를 주제로 각자의 컬러 공간을 선보인 ‘디자이너 초이스’ 기획전도 마련되었다. 디자이너 각각의 취향과 컬러가 반영된 색다른 공간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인테리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관계자는 “최근 해외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전시에 대한 국내외 업계 및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