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닭바베큐’ 사장 김혜숙(65) 씨

기자명 임소현 기자 (kerry101@skkuw.com)

인사캠 쪽문 거리에 있는 ‘숯불닭바베큐’. 사장인 김혜숙(65) 씨는 ‘셈본과 65학번’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졌다. 셈본과라고 해서 우리 학교 동문이냐고 물었지만 김혜숙 씨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 씨가 우리 학교 선배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 동문인 것 같은 친근함에 많은 학우의 발길이 ‘숯불닭바베큐’로 향한다.

‘숯불닭바베큐’ 사장 김혜숙(65) 씨
사진 | 박희철 기자 wheel21@

‘야식’이라고 하면 흔히 치킨을 떠올리지만 ‘숯불닭바베큐’는 일반 치킨과 달리 튀기지 않고 구운 닭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음식점이다. ‘숯불닭바베큐’는 지난 1995년에 개업해 올해로 2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동 경기 후 승리를 축하하러 오는 학우부터 술을 마시러 오는 학우까지 많은 학우들이 오간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이 메뉴를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 이곳에서 닭갈비집을 차렸다. 하지만 우리 학교 셔틀버스가 생기면서 쪽문 거리를 왕래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닭갈비라는 음식 특성상 저녁에만 인기가 있었다. 또한, 위치상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메뉴를 바꿀까 고민하던 중 그녀는 가족과 외식을 갔다가 우연히 튀기지 않고 구운 치킨을 알게 되었다. 숯불에 굽는 치킨이라는 점에서 일반 치킨과 달라 독특했다. 당시 명륜동에는 이러한 구운 닭 바비큐를 파는 곳이 없어 이 음식을 팔기로 했다. 새로 개업한 ‘숯불닭바베큐’는 학우들이 항상 붐빌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김 씨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시골에 내려가기 위해 음식점을 지인에게 부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인이 가게를 보다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 단속법에 걸린 것이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받고 나니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게 운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매출이 적어도 영업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낫지.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소일거리야. 저녁에 학생들하고 얘기도 하고.” 김 씨는 가게에 찾아오는 학우들이 좋아 가게를 계속했다.

학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학우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학우들과의 나이 차는 많지만 함께 술을 마시고 생일인 학우에게는 생일주를 타준다. 학우들과 노래방에 가기도 한다. 학우들과 어울리다 보니 평소 자주 찾아오는 수학교육과 학우들에게 대학생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김 씨는 “우리 세대가 대학에 다닐 때는 수학과의 명칭이 셈본과였어. 셈본과 65학번이지”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 그녀에게 친근함의 비결을 묻자, 그녀는 술을 파는 것보다도 학우들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학생 중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친구들이 없어.” 학우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마시게 하기 때문이다. 혹여 취했다고 하면 같이 마신 친구들에게 취한 친구를 데려다주고 오라고 한다.

친구같이 다정한 그녀의 모습은 학우들을 대할 때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명륜동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도 온정의 손길을 베푼다. 김 씨는 정기적으로 국수 봉사를 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는 1년에 4번씩 100분이 넘는 노인정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국수를 무료로 직접 삶아 드린다. “사람은 부자여야만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조그만 것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도와주는 거지.” 인터뷰가 끝나고도 그녀는 “지금 닭 먹고 갈래요? 맥주에다가”라고 권하며 취재 온 기자를 챙겼다. 문득 그녀가 치킨을 파는 주인아주머니가 아니라 치맥을 같이 하는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언제 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녀의 가게는 다정한 친구로서 앞으로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