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은 해 뜨는 시각이 하루에 1분씩 빨라지고, 해 지는 시각은 1분씩 늦어진다. 그래서 하지와 동지의 일광시간은 여섯 시간이나 차이가 나게 된다. 하루의 1/4에 해당하는 엄청난 시간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일광절약시간제’ 또는 ‘여름시간제’(summer time)를 도입했다. 여름철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겨울철보다 일찍 출근ㆍ등교하고 일찍 퇴근ㆍ하교한 후 더 밝을 때 평생학습이나 여가 활동을 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자는 취지다. 이렇게 하면 조명과 냉난방 에너지를 아끼고, 신선한 공기와 햇볕을 더 많이 쐬고 쬘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핵심 논거다.

‘일광절약시간제’는 도입된 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연료를 절감하고 공습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1916년 4월 30일 독일이 처음 채택했다. 그 3주 뒤인 5월 21일 영국이 이를 받아들였고, 이듬해에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일광절약시간제’는 주로 온대 지역에서 시행된다. 계절에 따른 일조량 차이가 온대 지역에서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아직 ‘일광절약시간제’를 채택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아이슬란드 두 나라 뿐이다. 아이슬란드는 북위 65도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어 한여름 백야(白夜) 현상이 나타나기에 ‘일광절약시간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이웃 일본은 2014년까지 ‘일광절약시간제’를 도입하지 않다가 2015년부터 전격 시행했다. 따라서 선진국 클럽 가운데 사실상 우리만 ‘일광절약시간제’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광절약시간제’(특히 봄철 시간 조정)는 생체 리듬을 깨뜨리며, 수면과 인지능력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그밖에 1년에 두 차례 시간을 변경하는 것이 번거롭고 일상생활에 혼란을 초래하는데다,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는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일광절약시간제’를 시행하다가 중단하거나 아예 도입하지 않은 나라들도 많다.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선 ‘장시간 근로’ 관행 때문에 일찍 출근해도 일찍 퇴근하기는 어렵고 근로시간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다.

‘일광절약시간제’의 찬반양론은 나름 일리가 있다. 따라서 나라 전체 차원의 도입 여부는 더 깊이 따져볼 수 있겠다. 다만 우리 학교의 수업과 근무시간을 일광 절약 취지에 걸맞게 바꾸는 창의적인 대안들은 적극 찾아볼 가치가 있다.

이를테면, 선진국 대학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첫 수업을 아침 8시에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아침 8시가 돼도 인적이 드물다. 요즘 같으면 해가 거의 중천에 떠있는 시각인데도 교정이 한가한 느낌이 든다. 이러고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더욱이 인사캠퍼스는 공간이 비좁고 기반시설이 열악한 편이므로 구성원의 활동 시간대를 분산해 혼잡비용을 줄이는 전략이 긴요하다.

모든 교수ㆍ직원ㆍ학생들에게 ‘아침형 인간’을 강요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아침형’을 선호하는 구성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학교의 몫이다. 선진 대학들의 선택을 끝내 외면하면, 그 후과는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