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창 기자 (whdudckd1004@skkuw.com)

여행을 다닐 때 꼭 누구와 함께 가면 비가 온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존재한다. 스포츠 기사를 쓸 때만은 내가 그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2015년 12월 8일, 내가 생애 첫 스포츠 기사를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을 때는 강풍을 동반한 가랑비가 경기를 기록하는 나를 괴롭혔다. 2016년 5월 6일, 스포츠 팀장이 되고나서 서울대학교를 찾았을 때도 먹구름이 나를 따라왔다. 취재 두 번 모두 우리 학교가 승리를 거둬 기사를 쓰기에는 완벽했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더라도, 추워서 손이 얼더라도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항상 나를 감쌌다. 이번에 취재 갔던 서울대와 우리 학교의 경기는 내 심장을 쉴 새 없이 쥐락펴락했다. 2대 0으로 앞서고 있을 때는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했었고 3대 2로 역전 당했을 때는 노트 위의 빗방울이 너무 야속했었다. 후반 44분, 4대 3으로 재역전 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물론 지거나 무승부를 거두더라도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스포츠라이트 특성상 한 종목을 자주 다뤄주지 못하기에 되도록이면 해당 종목에 대해 승리하거나 좋은 측면의 기사를 작성하려 한다. 스포츠 기사를 위한 취재는 항상 고되고 외로웠다. 하지만 스포츠 기자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설기현 감독도 인터뷰했고 수원월드컵경기장의 프레스 석에도 앉아봤다.

2015년 3월 초 성균관대학교에 들어왔다. 한 달 남짓 학교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허전함이었다. 대학생의 유일한 놀이 문화는 술 같았다. 그렇게 남들과 다르지 않게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유의미한 무언가로 나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론 자체에 무지했던 나는 단순히 허전해서 그렇게 성대신문사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주변 지인들은 모두 기자 생활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5매 밖에 되지 않았던 첫 기사는 완고 내는데 까지 5시간이 걸렸었다. 새내기의 삶은 신문사와 함께 물 흐르듯 지나갔다. 어느새 보도부 정기자가 돼 있었고 스포츠 팀장이라는 감투까지 쓰게 됐다. 게다가 성대신문 홍보모델 사진까지 찍게 돼 학교 여기저기에 내 얼굴이 걸렸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고 이제 성대신문 기자라고 소개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어느덧 마지막 조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자 생활 하면서 포기라는 단어와 후회라는 단어가 줄기차게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내 20대 초반의 ‘빈 잔’에 술이 아닌 신문사로 가득 차 있어 한 치의 후회 없이 만족한다.

조영창 기자
whdudckd1004@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