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군대 안 가냐’, 이번 학기 들어 가장 자주들은 말일 것이다. 친구들은 나더러 ‘노답’이라고 하기도 한다. 주로 사람들은 군대에 가는 것을 단순히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삶을 계획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한 학기 더 학교를 다니리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1,2학년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동아리였다. 사회대 민중가요 노래패 아우성에서 2년을 보내면서 얻은 것이 참 많다. 2년을 보내며 같이 지냈던 선후배들은 물론, 동아리 장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은, 힘든 순간들보다 더 없이 값진 경험이다. 동아리를 후배들한테 맡기면서 임기 중에 바꾸고자 했던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다. 민중가요는 단순히 노래만 해서는 의미가 퇴색된다. 노래가 가진 예술성과 함께 내용과 맥락도 함께 고려하면서 불러야 민중가요 노래패로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민중가요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동아리 일정을 추가했다. 기존의 것들만 해도 힘든 동아리 생활에서, 무언가 더 한다는 것은 후배들을 힘들게 할 것이 분명했다. 남아서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는 것이 한 학기 일찍 군대로 가는 것보다 소중했고, 그래서 지금은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미필’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학점이다. ‘군대갔다오면 잘 받는다’는 신화 같은 말이 자주 들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학점을 잘 받는 것과 군대를 다녀온 것의 상관관계가 커보이지는 않는다. 얼마나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가를 판단하게 해주는 지표가 학점인 것 같은데 군대를 갔다 와야만 성실한 것은 아니다. 하는 만큼 나오는 것이 학점인데, 군대 가기 전에 ‘군대 갔다 와서 하지 뭐’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답답할 때가 많다. 가기 전부터 하면 한결 편할 텐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군대에 다녀와서 그 이유만으로 학점이 잘 나오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또한 한학기의 시간동안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2학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동아리에 쏟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웠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도 피곤하다,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잘 나가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어느 정도 멀어진 친구들도 있었다. 또 지금까지 가까이 지냈지만 한 학기를 더 보낸다면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 사람들과 내가 한 학기를 더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래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행복을 준다. 같이 수업도 듣고 학교 생활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그래서 정말 좋다.

군대 일찍 다녀오라는 사람들이 끝없이 펼쳐진 세상에서 ‘군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군대를 언제 가는가가 아니다. 본인이 본인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매 순간 가장 행복한 결정을 하고 있는지가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군대, 조금 늦어도 된다. 그 시간을 소중히, 행복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강한들(신방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