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하영 기자 (melon0706@skkuw.com)

'기부활동'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들은 ‘돈 내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부는 현금을 내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 재능 심지어 사랑을 통해서도 기부 할 수 있다. 함께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 청년들은 과연 어떤 기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정온유 전문기자 webmaster@

대학생 A양은 대학로에서 기부를 권하는 단체를 지나친다. 기부하려면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비, 식비 등 나갈 비용은 많지만 들어올 비용은 적은 대학생의 입장에서 돈 만 원도 꺼내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내는 것만 기부다?
A양의 모습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실제로 2015년에 통계청이 만 팔천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전국 20대의 79.2%가 기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중 60.6%가 대학생 A양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기부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기부활동을 떠올릴 때 직접 돈을 내는 ‘현금 기부’를 주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소윤(사학14) 학우는 ‘기부’라는 말을 들으면 “모금함에 돈을 내는 장면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부는 단순히 돈을 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부 2.0의 저자인 기부전문가 로라 아릴라가 안드레센에 따르면 기부는 현금을 내는 것 그 이상이다. 그는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간, 전문성, 아이디어 등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이 기부 활동이며 이러한 사람들이 바로 자선가라고 정의한다.
기부는 필수는 아니지만, 필요한 것이다. 한창근 사회복지학과 학과장은 봉사활동이 기부로 이어지는 비(非)현금 기부활동은 권장할 만한 좋은 취지의 활동이다라고 말하며 자원봉사 형태로의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 활동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현금 기부를 권장하진 않는다”며 대학생은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납부하는 형태의 현금 기부를 강조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부, 어렵지 않지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현금을 내지 않거나 부담이 되지 않는 소정의 금액만으로도 기부할 수 있는 활동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같이가치 with Kakao에서는 모금소식을 공유만 해도 기부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고 걷기만 하면 100m에 10원씩 적립되어 걷지 못하는 이들에게 적립금을 전달하는 소셜벤처 빅워크(Big Walk)도 있다. 이 외에도 우리 학교 중앙 학생 봉사 동아리 ’다소미’는 지난 5일 벽화 그리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기부했다.
이처럼 많은 비현금 기부 방법 중에서 △경희대 카페 ‘늘품’ △러브블라썸 △십시일밥 성균관대(인사캠)지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활동 모두 대학생이 직접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활동으로, 대학생들이 기부의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배운 것으로 기부한다 - 경희대학교 카페 ‘늘품’

10년의 역사가 있는 경희대학교 카페 ‘늘품’은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 원래는 외식경영학과 학생들을 위한 실습실이었지만, 카페 운영을 하면서 진로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늘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늘품은 재료 구매, 회계 등 카페의 전반적인 운영을 모두 대학생들이 담당한다. 음료 판매는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각자의 공강 시간에 맞게 스케줄을 짜서 참여하고 있다. 공간 대여비와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천오백 원에서 이천오백 원까지의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음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달에는 '허니 더치 오레'라는 더치커피를 출시하는 등 매달 프로모션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늘품은 한 학기에 얻는 약 300만 원의 수익을 호텔관광대학교 내 과당 학생 한 명에게 50만 원씩 ‘늘품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현재 늘품의 사장인 이다희(경희대 외식경영학과 14) 학우는 “이번 학기에는 장학금뿐만 아니라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에게 음료를 나눠 드리는 등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운영에는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학생들만이 참여할 수 있지만, 음료는 누구나 사 마실 수 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늘품에서 맛있는 음료로 목을 축이며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랑으로 기부한다 - ‘러브블라썸(Love Blossom)’

'러브 블라썸'은 사랑을 찾으며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는 소개팅 프로그램이다. 이는 청년 스타트업 디와이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연을 맺어 준다. 최시준 (주)디와이브 대표는 출신 대학인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롭다’는 글들을 많이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7월, 소셜 블라인드 데이트 서비스인 러브 블라썸을 만들었다.
러브 블라썸은 현재 대학생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자들 중 약 90%가 대학생이기 때문에 대학생이 만들어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 5,000원의 적은 소개팅 참가비를 받으며, 운영진들은 이 참가비를 △러브 블라썸 일일산타 △연탄 나르기 봉사 △청소년 진로 교육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 블라썸에 참가했던 남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계획해보고 있다”고 밝히며 소개팅뿐만 아니라 기부와 봉사도 좀 더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러브 블라썸 소개팅은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기호, 취미 등에 대한 간단한 리스트 작성을 통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나의 사랑도 찾고 남에게 사랑도 베푸는 일석이조의 기부를 해보고 싶다면, 러브 블라썸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강 시간으로 기부한다 - ‘십시일밥’ 성균관대(인사캠)지부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받은 식권을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자칫 의미 없이 흘러갈 수 있는 공강 시간을 봉사 활동에 사용해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우리 학교 처음으로 ‘십시일밥’ 활동이 시작되었다. 성균관대지부 십시일밥은 김기민(정외 13), 고병훈(영문 12) 학우가 공동 이사를 맡고 있다. 한 봉사자가 일주일에 한 번 12시에서 1시까지 봉사를 하면 두 장의 식권을 받는다. 이를 모아 2명의 신청자에게 전달한다.
우리 학교 십시일밥은 9명의 1기 봉사자들이 금잔디 식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김치나 샐러드 및 냅킨을 채워 넣기 △테이블 정리 △세척한 식기들을 주방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일손이 모자라는 점심시간의 경우 국을 퍼주는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김기민(정외 13) 학우는 "금잔디 식당에서 1시간만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학생식당으로도 점차 확장을 해 나가고 시간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톡 아이디 ‘십시일밥’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자신의 공강시간을 기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