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소현 기자 (thonya@skkuw.com)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늦은 저녁, 체코 인형극이 공연되는 ‘다락극장’을 찾았다. 극장의 주인은 인형극 연출가이자 무대미술가인 문수호 씨. 인형의 제작까지 도맡아하는 그는 체코 유학시절 만난 작곡가 혼자 클라스(JAN KLAS)와 함께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사람만한 크기의 커다란 인형과 마주앉았다. 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입을 열어 인사를 건넬 듯, 딱딱한 나무 조각이던 그가 제법 사람처럼 느껴진다.

‘다락극장’의 공연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한데 모인 단막극 형식의 인형극이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형들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람을 불어 불빛을 꺼버리는 짓궂은 인형사의 장난에도 계속해서 다시 가로등의 불을 밝히는 인형, 비록 사과로 태어났지만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뤄내는 인형. 한 시간 남짓한 공연시간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인형들의 이야기에 홀린 듯 빠져든다. 체코어로 들려오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잔잔히 깔리는 음악소리와 인형사의 몸짓, 목소리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니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극장을 가득 메운 나무 인형들이 찾아오는 사람을 반긴다. 나지막한 조명에 반 층 정도 내려가는 구조는 어린 시절 숨어들던 아지트,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과 참 많이 닮았다. 다락방의 감성을 담고 싶어서 ‘다락극장’이라 이름지었다는 의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수호 씨는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서 인형에 숨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