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에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2주 동안 열리는 축제이다. 지역 민속축제이지만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진 것은 맥주를 축제 내내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옥토버페스트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글로벌 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낭만적일 것 같은 축제도 관람객들이 많아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과음문제이다. 시중보다 도수가 높은 맥주를 공급하다보니 축제장이 술주정꾼의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였다. 이에 2005년에는 ‘조용한 옥토버페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하였으며, 맥주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텐트 운영자들은 18시 이후에는 전통 관악음악만 연주해야 하며, 음악 크기도 85데시벨 이하가 되도록 강제하였다. 모두 옥토버페스트라는 민속축제가 술에 점령되는 것을 막고, 가족과 노인들도 거부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전통축제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 그리고 술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은 다양한 축제를 즐겼기에, 대체로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편이었다. 옛날 민속 화나 고전 시가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곁에는 술이 있었고, 고단한 삶을 사는 민초들의 곁에도 술은 항상 애환을 달래주는 벗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래서 인지 음악과 여흥 그리고 먹거리가 있는 축제에 술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매우 힘들다.

요즘 대학가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바야흐로 5월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이 캠퍼스 축제에 각종 공연이나 전시,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곳곳에서 펼쳐지다보니,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려 낭만과 젊음을 발산하는 소위 해방구의 역할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하여 공연을 즐길 때는 특히 이러한 모습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술을 공식적인 축제의 상징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고단한 학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싶은 학생들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음주와 일탈적인 행위들이 이슈화되면서 대학축제의 존재가치에 대한 근원적 물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 대학의 축제에서 주점 홍보용 포스터에 선정적 문구와 함께 연예인의 사진을 무단 도용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대학주점 메뉴판의 자극적인 문구, 도를 지나친 호객행위는 대학축제의 씁쓸한 이면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여 축제기간에 캠퍼스는 지성이 사라지고 야성만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대학축제 문화는 이제 좀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요즘 대학에는 시대의 물음에 답하려는 치열하고 진정한 대학문화가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 불야성을 이루는 주점이 대학축제의 흥행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축제는 대학문화의 꽃이 되어야 한다. 그 꽃이 감각적이고 색채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은은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꽃이 되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의 일탈을 눈감는 해방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는 진화적인 대학문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유명 외국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대학축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진지한 놀이행위로서의 위상을 점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유구한 전통과 구성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결합하는 지역의 품격 있는 축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취하니까 청춘이다’라는 낯 뜨거운 문구가 아닌 청춘들의 재기발랄한 문화에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축제의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