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범준 편집장 (magic6609@skkuw.com)

우리 학교를 포함해 전국의 많은 대학이 봄 학기를 맞아 ‘대동제’라는 이름을 걸고 축제를 준비한다. 본래 대동제는 80년대 중반 부산 지역대학들을 중심으로 도입된 새로운 형식의 축제였다. 학생들은 사회현실에 대한 고뇌가 담긴 노래와 시를 발표하고 마당극 놀이를 했다. 소비문화 중심적인 대학 축제를 좀 더 의미 있게 바꿔보자는 자성에서 시작된 대동제는 학원 자율화와 민주화의 열망을 담고 있었다.

90년대 이후 이념대립이 줄어들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대동제는 탈정치적으로 변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은 변화했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축제의 성격이나 내용도 변한 것이다.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가 민주화에서 다양한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총학생회도 어떻게 하면 축제를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더 크고 즐거운 축제를 위해 총학은 배정된 교비 외에 추가로 외부 업체의 프로모션을 받아야 했다.

일례로, 최근 서울 시내 A대학 정문에 대형영화 광고가 걸리면서 상업성 논란이 일었다. 영화 포스터가 걸린 해당 대학의 건물 사진이 SNS상에 퍼졌고, 커뮤니티에는 엄청난 반발여론이 일었다. A대학의 총학이 “부족한 예산으로 축제무대를 진행하려다 보니 생긴 불찰”이라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포스터를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한편, 우리 학교에서도 한 워터파크의 프로모션에 포함된 ‘물대포’ 문구가 문제가 돼 물의를 빚었다. 총학이 해당 문구를 수정하기로 하면서 행사는 결국 재개됐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총학은 외부 협찬을 통해 학내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학생회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따오는 것은 때론 ‘능력’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총학이 외부협찬에만 집중하다, 정작 행사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놓쳐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대학의 경우처럼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학교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우리 학교의 경우처럼 시위에 참석했다 부상당한 무고한 시민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남은 대동제를 준비하는 총학은 ‘양 캠 통합’과 ‘학우 참여’ 같은 보다 중요한 가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자과캠 대동제에서는 ‘자인전’이나 인·자 셔틀버스 증차조치 외에 별다른 양 캠 간 통합노력을 찾기 어려웠다. 총학은 ‘다 함께 어울려 화합한다’는 대동의 본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유명 연예인 라인업이나 화려한 겉모습에 치중해 ‘학우 간 화합과 소통의 장’이라는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훼손해서도 안 될 것이다. 축제의 주인공은 무대 위에 있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학우들이기 때문이다.

박범준 편집장
magic6609@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