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호성 기자 (doevery@skkuw.com)

인류는 태초부터 하늘을 동경했고 또 두려워했다. 우주는 현대까지 미지의 영역이었고, 아직도 밝혀지는 중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세이건은 말했다. “지구의 표면은 우주라고 하는 넓은 대양의 기슭이다. 우리들의 몸은 알고 있다. 우리가 그 대양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그 대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새로운 도약이 최근에 이루어졌다. 우주기술의 ‘뜨거운 감자’, 우주발사체 회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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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회수에 성공한 ‘스페이스X’
우리가 흔히 부르는 우주선이라는 것은 발사체에 해당하는 로켓과 이에 실린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으로 구분된다. 발사체는 우주선을 지상에서부터 우주로 올리는 추진체 역할을 하며 1단과 2단, 때에 따라 3단까지 분리될 수 있다. 발사체는 일반적으로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려놓는 임무를 수행한 뒤 분리되어 바다에 버려지는 등 일회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해상에서 우주발사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6일, 이전의 프로젝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시행된 발사체 분리에서도 다시 한 번 발사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역사적 쾌거로 여겨졌던 지난번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 지상에서 발사체를 회수하는 데 이미 성공했던 전례가 있었지만, 해상에서는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난항을 겪었다. 발사체가 착륙하려는 무인선이 파도와 조류로 인해 계속해서 흔들려, 발사체를 정확히 착륙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4번의 실패 끝에 결국 성공을 이뤄냈다.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스페이스X가 해상에서 발사체의 회수를 계속해서 시도한 이유는 우주선 발사에 사용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발사체를 발사장으로 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발사체가 분리되는 곳은 바다 위의 상공이기 때문에 분리된 발사체를 지상으로 착륙시키기 위해선 그만큼 비행 거리가 증가한다. 비행 거리가 증가하게 되면 착륙을 위한 연료가 더 소모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이번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발사체의 재사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면 한계비용(로켓을 재생산해서 사용하는 비용)이 10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이번에 회수하는 데 성공한 1단 로켓만 고려한 비용이므로 2단 로켓과 로켓에 탑재되는 우주선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수치가 줄어든다. 하지만 발사체의 비용이 우주선 발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회수한 중고 로켓을 재활용하면 전체 발사 비용의 약 3분의 1이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9'이 무인선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스페이스X

발사체 회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스페이스X가 이번에 보여준 기술은 대단한 기술적 진보라고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발사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발사체의 속도를 4,667km/h에서 7.2km/h까지 줄이고, 발사체의 자세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1단 발사체는 로켓에서 먼저 분리된 후 3개의 엔진을 재점화하여 역추진한다. 역추진을 통해 얻은 추진력으로 발사체는 원래의 비스듬한 자세에서 곧추선 자세로 바뀐다.

자세를 잡은 로켓은 그대로 수직하강 하다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에 또다시 감속을 위한 역추진을 한다. 대기권 재진입 시에 가속화된 발사체가 공기의 마찰로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은 필수적이다.  

분리가 시행되는 상공 200km에서는 바다 위의 무인선이 마치 작은 점처럼 보인다. 말 그대로 ‘바늘구멍에 실 넣기’이기 때문에, 상공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차도 해상에서는 큰 차이로 이어진다. 정해진 위치의 무인선에 착륙하기 위해선 대기권에 있는 공기의 방해 속에서도 발사체의 정확한 수직적 이동과 각도 조정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의 상부에 있는 격자 모양의 날개와 중앙에 있는 보조 엔진을 이용한다. 엔진에서 화염이 나오는 입구의 방향을 제어해 안정적인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선병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 비행성능팀장은 “분리된 1단 로켓의 탄도 비행 속도에 따라 재점화된 엔진의 추진력도 조절해야 한다”며 “연료 밸브를 실시간으로 몇 초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연료의 양을 조절하고 추진력까지 제어해 자세를 잡는 기술은 대단했다”라고 스페이스X의 기술을 평가했다. 

우주발사체 회수 기술에 한국의 기술이 사용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발사체를 회수하는 과정에 있어, 발사체가 무인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때, 한국의 인공안테나 기술이 사용됐다. 위성통신 안테나 ‘V100’은 발사체의 착륙을 위한 무인선에 설치되어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발사체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인식했다. 그리고 무인선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정하여 발사체의 안전한 착륙을 이끌었고, 한국의 위성통신 기술을 검증해 보였다.

우주발사체 회수가 가져올 효과
엘론 머스크는 이번에 성공한 1단에 이어, 2단 발사체까지 회수하여 향후 발사에 드는 비용을 100분의 1의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와 같은 획기적인 비용절감은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로의 길을 훨씬 앞당긴다.

발사비용이 줄게 되면 먼저 그동안 많은 사람이 희망했던 우주비행에 대한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재 민간 우주여행의 상업화를 진행 중인 영국의 기업 ‘버진갤럭틱’은 25만 달러에 탑승권을 팔고 있다. 한화로 따지면 3억이 넘는 엄청난 비용임에도 이미 500명이 넘는 사람이 좌석을 예약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가의 비용이기에 일반인들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발사체 회수기술이 일반화된다면 버진갤럭틱이 제시한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우주발사체 회수 기술에는 친환경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기존에 회수되지 않은 발사체는 우주선에서 분리된 후 그대로 우주상공을 떠돌며 우주쓰레기가 되거나, 바다에 버려졌다. 발사체가 회수되면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우주쓰레기 문제와 해양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실험은 바다 위와 같은 변수가 많은 상황 속에서도 발사체를 착륙시켰다는 사실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엘론 머스크는 지난 1월 "화성은 인류가 자립도시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며 10년 내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극한적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사체를 회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공이 불러올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아직은 효과에 대해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상태다. 스페이스X가 앞으로 회수된 발사체를 10번 정도 재사용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발사체를 재정비하고 운송하는 등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새로운 로켓을 생산해서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낮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
발사체를 회수하는 기술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진일보한 기술임이 자명하다. 스페이스X의 프로젝트 성공은 끈질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재정적인 뒷받침 또한 존재했다.

NASA는 민간의 국제우주정거장까지의 우주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였고, 스페이스X는 이에 발탁되어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앞으로 유인 우주 비행을 NASA가 아닌 민간 기업에 맡기겠다”고 발표하며 우주기술의 개발과 관련된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국가주도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아직까지 기술적 토양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이 선뜻 우주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보다 진보된 기술을 갖추기 위해 기본적인 기술적 토대의 확보와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 우주기술의 현 위치
“한국의 우주기술은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까지 미국과 5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갖추기 위한 단계적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다. 러시아와 합작하여 만들어낸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한 지 3주년을 맞고 있는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설비 10개 가운데 9개가 완성됐고 올해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한영민 항공우주연구원 엔진시험팀장은 “앞으로 2년에 걸친 시험과 평가를 거친 75톤급 엔진은 2018년 말, 하나의 엔진을 장착한 시험 발사체를 통해 성능을 검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0년 자력 발사체가 우주로 솟아오를 것이고,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달 탐사도 수행할 예정이라고 우리나라 우주기술의 미래를 밝혔다.

한편, 지난 27일 미국과 한미우주협력협정이 공식적으로 서명되었다. 이번 협정은 △우주탐사 △우주과학 △지구관측 분야 등의 우주와 관련된 전반적인 분야에서 통관, 지식재산권, 인력교류 등이 포괄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으로 “달 탐사용 궤도선의 설계를 미국 NASA와 함께 준비하는 등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는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