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마음을 잇는 공간, '이음센터'
예술로 마음을 잇는 공간, '이음센터'
  • 홍정아 기자
  • 승인 2016.05.16 21:55
  • 호수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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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화예술의 중심지라 불리는 대학로에 ‘이음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음센터는 최초로 정부의 주도하에 설립된 장애인문화예술센터이며,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예술 창작 발표 및 교육 기관이다. ‘이음’이라는 이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와 대중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담겨있다.

혜화역 2번출구에 위치한 이음센터.

문화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음센터는 모든 이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부족했으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 등의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장애예술인 2,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시회·발표회, 공연 수행 시 어려운 점’에 대해 전체의 32.8%가 ‘임대료 부담’이라 답했고, ‘편의시설 미비’는 28.6%로 그 뒤를 이었다. ‘예술행사 관람에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도 31.1%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 또는 불편함’으로 답변했다. 장애인이 마음껏 예술을 창작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음센터의 이정범 대리는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의식주 등 기본적인 측면에 집중됐지만, 문화예술 분야에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음센터가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음센터의 초대 이사장으로는 장애예술인으로서 꾸준히 활동해온 신종호 씨가 임명됐다. 60년대만 해도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시계 수리나 도장 파는 일 등 기술적인 쪽에만 집중돼 있었다고 한다. 기술을 준비하던 신 이사장은 음악봉사자와의 만남으로 현악기의 매력에 빠졌고, 곧바로 음악은 그의 인생에서 큰 낙이 되었다. 이후 그는 친구들과 ‘베데스다 현악 4중주단’을 창단하여 비올라를 맡아 꾸준히 공연 활동을 했고, 여러 교향악단의 음악감독도 역임했다. 그의 이러한 열정과 노력은 사회 전반에 장애예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신 이사장은 “장애는 불편할 뿐 절대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인식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음센터, 그 곳이 궁금해!
이음센터는 본래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회관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이전에는 주로 비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췄던 공간이, 누구나 함께 어울려서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음센터는 △지하 1층 : 전면 거울 및 발레바가 설치돼 있는 연습실 △1층 : 휠체어 이용자 배려석이 있는 카페 △2층 : 작품 전시실 △3층 : 회의, 연구 등을 위한 커뮤니티룸 △4층 : 사무실 △5층 : 공연을 할 수 있는 이음홀(스튜디오)로 이루어져있다. 장애인이 대관할 시 비장애인의 50% 정도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관 일정이 겹친 경우 장애인 및 장애예술가 개인·단체에게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조명 및 음향장비도 추가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누구나 예술로 꽃피울 수 있는 곳
지난 4월에는 장애아동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보조기구를 제작하는 소셜벤처기업 ‘그립플레이’가 아이들이 보조기구를 이용해 그린 그림을 2층 전시실에서 전시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 아동들이 방문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희망을 그리는 구족화가 임인석 화가의 초대전이 열리기도 했다. 그는 오른발에 팔레트를 잡고, 왼발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능숙하게 물감을 짠다. 그리고 발가락에 붓을 끼워 슥슥 그림을 그려나간다. 당시 전시전에 참석한 임 화가는 “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라는 말을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3일에는 ‘열손가락’ 사업 참여 아이들의 공연과 전시가 열렸다. 열손가락은 저소득가정의 장애아동·청소년을 위해 1년 간 전문적인 맞춤형 예술 교육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용과 노래, 미술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이 날의 전시와 공연은 지난 1년의 성과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당일 행사의 박지혜 담당자는 “이음센터는 다른 곳에 비해 대관료가 훨씬 저렴하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대학로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자주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공연을 보러온 한국장애인문화협회의 최부암 이사는 기자에게 “아이들이 발산하는 끼를 봤느냐”며 “누구보다도 음악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다”라고 전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다채로운 여러 프로그램이 이음센터에서 진행된다. 마로니에 공원 쪽의 외부무대에서 ‘인디밴드 하수상’과 함께 연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작은 콘서트도 연다. ‘수상한 흥신소’와 같은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인 연극을 촬영 후 재상영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배우들이 직접 연극하거나, 작은 오페라 공연을 여는 것도 구상 중이다. 신 이사장은 “대학로에는 소극장이 많지만 시설 문제로 장애인들은 갈 수 없다”며 “이음센터가 이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가 아닌 음악 실력을 보게 하면 된다
이음센터에서는 매주 두 번, ‘조금다른밴드’가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다른밴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결성한 팀이며, 가수 이상우 씨가 처음 제안하여 제작 및 총감독을 맡았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우리나라는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하는 그는, 음악을 통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꿈꿨다. 지난 달 15일, 만 14세에서 40세까지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던 조금다른밴드의 오디션이 열렸고 그 오디션을 거쳐 6명의 멤버가 선발됐다. 이 밴드는 직접 만든 곡을 디지털 싱글앨범 형태로 발매할 예정이다. 본래 조금다른밴드는 ‘특별한 밴드의 특별한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우 씨는 이 ‘특별하다’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큰아들 승훈이가 원하는 건 특별한 배려가 아니야. 자기를 남들과 똑같이 대해주는 거지. 장애를 가졌다는 건 작은 차이에 불과한데 사람들은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려고 할까?” 이런 오랜 고민을 거쳐 조금 ‘다른’ 밴드라는 새로운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

'조금다른밴드'의 멤버들. 김민우, 황산하, 함성재, 홍서윤, 권오현, 최홍엽(왼쪽부터 시계방향).
 Ⓒ조금다른밴드

기자가 센터를 방문한 지난 주 금요일은 조금다른밴드의 연습일이었다. 멤버는 △기타 최홍엽 △드럼 권오현 △베이스 김민우 △작곡·보컬 홍서윤 △키보드 함성재 △키보드 황산하 씨이다. 이 중 장애인 멤버인 함성재와 황산하 씨는 자폐성 장애 2급, 김민우 씨는 3급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뽐낸다. 아직은 만나서 연습한지 몇 번 되지 않아 서먹하다면서도, 합주를 시작하자 그들은 곧 원래 한 팀이었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충북 영동군에 사는 황산하 씨는 혜화역에 위치한 이음센터에 오기 까지 왕복 8~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이느라 힘이 들만도 하지만, 멤버들은 함께 연습하는 것이 즐겁다고 웃으며 입을 모은다.

오는 21일 5시에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문화 다양성의 밤’에서 첫 공연을 여는 조금다른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날 공연에서는 홍서윤 씨가 작곡한 자작곡 한 곡과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 주 토요일,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이들의 따뜻한 음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음센터의 꿈
이음센터는 장애인만의 공간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결다리 역할을 하여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이음센터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신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지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로에 문을 연 이음센터를 시작으로, 이러한 공간을 지방으로도 단계적으로 점차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공간에 모여 서로 교류하며 영감을 받고, 장애인들이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음센터의 꿈이다.
 

경사 구간에 붙어있는 점자 스티커.
Ⓒ이음센터

 

 

 

 

 

 

 

 

 

휠체어 두 대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엘리베이터.
Ⓒ이음센터

문턱이 없는 이음센터의 모든 공간.
Ⓒ이음센터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해 아랫부분이 비어있는 가구 설계.
Ⓒ이음센터

 

 

 

 

 

 

 

 

 

이음센터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
Ⓒ이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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