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
목소리로 감동을 전하다인터뷰 - 정재헌 성우
최소현 기자  |  thonya@skkuw.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602호] 승인 2016.05.23  17:20: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만나서 반갑습니다.” 첫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고, 나직하고 차분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성우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의 직업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그. 단 하루도 일이 재미없던 적이 없다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기자로서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드리길 소망한다고 이야기했다. 혼자만 듣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목소리를 가진 그, 정재헌 성우를 만났다.

   
 

성우를 희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때 짝사랑하던 국어선생님이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보게끔 시키셨는데 어느 날 제 차례가 왔죠. 그래서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읽었는데 선생님께서 그걸 보시고 나서 ‘우리 재헌이가 글을 참 잘 읽는다’며 ‘다음 시간부터는 다 재헌이가 읽는 걸로 하자’고 칭찬해주셨어요. 그게 너무 좋아서 읽기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게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래서 목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냥 책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성우를 꿈꾸게 됐죠.

성우가 되기까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나.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취업이 가까워오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제 꿈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니 기자나 피디가 되겠거니 생각하셨는데 갑작스럽기도 하고 기대하셨던 것과의 괴리가 크다 보니까 실망도 좀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우 학원을 다니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가 없어 돈을 벌기 위해 일 년 동안 텔레마케터 일을 했었어요. 비록 연기는 아니지만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을 접하는 직업이니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운이 많이 따라서 그 해 연말에 있었던 MBC 시험에 바로 합격을 했죠. 거의 시험 준비를 한 첫 해에 바로 성우가 된 거예요. 굉장히 빨리 된 경우죠.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다고 들었다. 성우로서는 치명적인 핸디캡일 텐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가.
역류성 식도염은 제 평생 친구예요.(웃음) 완치가 굉장히 힘든데 치료를 위해서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굉장히 많아요. 담배와 술은 물론이고 매운 것도 기름진 것도 밀가루도 먹을 수 없죠. 거기다 계속 약을 먹어야만 해요. 그렇게 몇 달 정도 시도를 해본 적도 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제 몸과 목에 주는 악영향이 훨씬 더 크더군요. 제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목이 약해지는 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발성법을 제 나름대로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였죠.

 

   

더빙 녹음중인 정재헌 성우
(c) 정재헌 제공

미친놈 혹은 미남 전문 성우로 유명하다. 그런 성격의 캐릭터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그 외에 또 맡아보고 싶은 유형의 캐릭터는 무엇인가.
미친놈의 경우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요.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라 무척 개성이 강하고 소화하기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에요. 연출가들이 이 역할을 누구에게 줘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제게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해요. 사실 연기자는 자기 안에 어떤 새로운 모습이 숨어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거든요. 또 다른 성격의 역할을 제안받아야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아무도 제안을 주지 않는다면 평생 비슷한 역할만 하다가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는데 저는 늘 해왔던 잘생긴 주인공 캐릭터 말고도 다른 역할도 많이 주어져서 그런 점이 굉장히 감사하죠. <원펀맨>의 소닉이라는 캐릭터도 사실 등장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데 주인공보다 더 좋아해 주시는 분도 많죠. 그런 캐릭터를 제가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에요.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작품이 있어요. 햇병아리 시절에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 너무 기뻐서 정말 잘하고 싶었죠. 그래서 비디오테이프가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수백 번을 봤는데 시사*하면서 마음이 아픈 장면을 볼 때마다 매번 울었어요. 나중에는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감정을 다 쓴 나머지 정작 본 녹음 때에는 그만큼의 감정을 끌어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의 중심이란 곳에 데려가고자 했는데 태풍이 몰아쳐서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을 제가 가장 진솔하게 잘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녹음실에서도 계속 감정을 잡고 있으려 노력하고 상대 배우님도 정말 잘해주신 덕분에 펑펑 울면서 잘 할 수 있었어요. 녹음을 마치고 뒤를 돌았는데 다른 선배님들이 같이 울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깊게 남아있죠. <주토피아>는 장면 수정이 거듭되면서 고생을 많이 하며 만든 작품이에요. 천천히 순위가 오르면서 결국 역대 개봉 애니메이션 4위까지 차지하는 등 새로운 계보를 쓴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중심에 더빙판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었던 게 기뻤어요. 많은 사람들이 더빙판보다는 자막을 선호하시는데 <주토피아>를 통해 더빙판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감사하고 연기자로서 뿌듯해요. 그래서 닉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정재하야’라는 별명을 가져다줄 만큼 인기를 끌었던 <너에게 닿기를>은 특별한 작품일 것 같다.
저라는 성우를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준 작품인 것 같아요. 저를 몰랐던 분들 중에 '정재하야'를 통해서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이 굉장히 많죠. 그때 당시 투니버스에서 오픈 오디션을 봤어요. 보통 어떠한 배역에 서너 명 정도를 미리 선정해서 오디션을 보는데 <너에게 닿기를>은 이례적으로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지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저도 이 오디션 소식을 듣고 원작 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막 심장이 뛰었어요. '어떻게 이런 작품이 있나', '정말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아마 다 그랬을 거예요. 그만큼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때 거의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그 명단을 보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의 제가 성우가 되었을 때 느꼈던 기쁨만큼의 기쁨을 느꼈어요. 매회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정말 짜릿하고 행복하게 녹음을 했죠. 2기에서 제작이 끝난 게 너무 아쉬워요. ‘사와코' 역할을 맡았던 소운이와는 지금도 만나면 서로 역할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그러죠.(웃음)

스튜디오 호락에서 ‘정재헌의 호락호락’이라는 웹 라디오를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 호락이랑 'side by side'라는 오디오 CD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때 호락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서 라디오 DJ 제안을 받게 됐어요. 꿈꾸던 일 중에 하나였던지라 흔쾌히 응했는데 성우들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코너를 기획해 주셨더라고요. 성우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성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들을 수 있고 성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성우에 대해서 더 알아갈 수 있는 코너들인데요. 팬분들이 보내주신 사연이나 고민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카운셀링을 해드리는 '연락하라 2016'이라는 코너가 있고요. ‘A by B’는 연기를 통해 퀴즈를 푸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맥주라는 A가 있다면 맥주를 의인화시키는 등 연기라는 B를 통해서 A를 알아맞히는 거죠. 또 '당신이 만드는 세상'이라고 '누가, 무엇을, 어떻게’를 뽑으면 그 조합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는 코너도 있어요. 청취자 분들의 질문을 통해 성우의 연기적인 부분만이 아닌 일상적인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프리토크 코너도 있고요. 성우들만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새로운 성우들을 팬분들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고 기존 성우들의 몰랐던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이 정말 좋아요.

‘동네 오빠’라는 그룹으로 음반 제작을 했다.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준비과정이 어땠나.
성우들 중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있고 저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죠.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고, 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고, 가능하다면 음원사이트에 등록될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성우들이 남성그룹으로 앨범을 냈던 건 동네 오빠가 처음인데요. 소셜펀딩을 통해 모금을 했는데 걱정과 달리 목표액을 한참 넘겨 음악쪽 펀딩으로는 기록적인 금액이 모였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죠.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곡을 받는 작업부터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콘서트를 준비할 때도 안무 선생님을 모셔서 몇 달 동안 매일 밤 연습하고,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보컬 트레이닝도 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가 되었지만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프로 가수보다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정재헌 성우가 '동네오빠'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c) 정재헌 제공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는 선배로서 남고 싶어요. 제가 굉장히 빨리 성우가 되면서 초반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같이 들어온 동기들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나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런 환경이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지금도 나도 모르게 초심을 잃어갈 때쯤 다시 정신을 다잡으면서 자만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처음부터 타고난 사람만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른사람보다 부족하고 못했던 사람도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기사도우미

◇시사하다=더빙 녹음 이전에 영상과 대본을 미리 맞춰보는 것을 뜻한다.

◇정재하야=캐릭터의 이름 '카제하야'와 성우의 이름 '정재헌'을 합쳐서 만든 별명.

최소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8000바이트 (한글 4000자)
가장 많이 본 뉴스
1
보육시설 없는 우리 학교 가정과 일 양립할 순 없나요?
2
예술대학 실습환경, 불만과 현실사이
3
아름다움과 생명공학의 조화 ‘제7회 Bio-tech Jamboree’
4
모두를 위한 클래식 mp3, 음취헌
5
대학이 찾아야할 세 가지 본질
 
신문사소개 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인사캠 (03063)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호암관 3층 50325호 | TEL 02-760-1240 | FAX 02-762-5119

자과캠 (16419)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2층 03205호|TEL 031-290-5370|FAX 031-290-5373
상 호 : 성대신문 | 발행인 : 정규상 | 편집인 : 박선규 ㅣ 편집장 : 박범준 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솔
Copyright © 2013 성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