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속담 중에 “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진 속담이 있다. 하나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것이 적을수록 좋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뜻이 서로 상반된 속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는 세상이 그 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상황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분명 모르는 것이 약이 될 것이다. 또한 동일한 상황을 놔두고서 보면, 당사자들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것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후자의 상황을 얘기해 보려 한다.

우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소개팅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소개팅 당사자들에게 소개팅 상대에 대한 정보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밀해져 가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정보이다. 이때 주선자가 소개팅 당사자들에게 소개팅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게 되면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적게 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선자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은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자 많은 노력을 하게 되는 바람직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예에서처럼 한 개인은 효율적인 행동을 위해 우월한 정보를 원하지만, 그 개인이 우월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경우에 개인한테는 “아는 게 힘이다”라는 속담이 사회적으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필자는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항상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최소한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필자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지식을 전달해야지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 탐구를 열심히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해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험 범위에 관한 정보와 ‘이 내용은 시험에 꼭 출제 하겠다’고 하는 등의 정보는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역효과를 낸다. 즉, 족집게 식의 강의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독이 된다. 그 이유는 족집게 식의 강의가 학생들로 하여금 언급된 내용만 공부를 하고 그 외의 내용은 전혀 공부하지 않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 또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일부 지식에 대해서 학생들이 부족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 스스로 부족한 지식을 탐구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의 입장에서는 공부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수님으로부터 가급적이면 많은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길 바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힘)을 줄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이 스스로 열심히 학습하게끔 최소한의 지식만(약)을 줄 것인가. 필자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이다.

 

박경영 겸임교수
경제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