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소비자, 시작된 움직임
뿔난 소비자, 시작된 움직임
  • 홍정아 기자
  • 승인 2016.05.23 20:33
  • 호수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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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한국환경회의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이들은 “기업은 제조원료를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아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등의 법률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옥시 사태 이후 이렇듯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학교 김연철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더욱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로서 시장과 제품을 감시하며, 소비자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지난달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소비자단체 등 37개의 시민단체가 옥시 불매운동을 선언한 이후 이는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소비자의 개별적 불매 뿐 아니라 편의점·약국,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도 옥시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10일도 되지 않아 불과 한 달 전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옥시 제품의 판매량은 크게 떨어졌다. 대형마트 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옥시에서 제조한  △섬유유연제 매출은 7% △제습제는 53% △표백제는 38%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이성림 소비자가족학과 교수는 “기업의 존재 근거인 이윤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불매운동은 비도덕적인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몇몇 전문가들은 비슷한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경쟁사 제품조차도 다소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화학제품 전체로 확산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옥시 제품을 철수한 쿠팡의 경우 이날 기준 앞뒤로 5일간의 경쟁사 제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LG생활건강 ‘테크’는 17.05% △CJ라이온 ‘비트’는 16.5% △애경의 ‘스파크’는 9.16%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제품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이후 화학제품 사용을 꺼리거나 친환경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화학물질(chemiclas)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노케미(No-chemi)족’이라 칭해진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친환경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78% 증가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의 판매량도 45% 늘어났다. 이렇듯 △표백과 제습 기능이 있는 베이킹소다 △땀냄새 제거에 뛰어난 구연산 △얼룩제거에 효과적인 과탄산소다가 화학제품의 대체재로 불리며 주목 받는 중이다.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라는 화장품에 포함된 화학 성분과 그 위험성을 알려주는 앱이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제품에 포함된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성분을 알고 따지는 것은 좋은 성분을 늘린 제품 생산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행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과학자에게 연구를 의뢰해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그 예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민단체들이 ‘페브리즈’의 전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면서 한국P&G는 지난 16일 환경부에 페브리즈 전체 성분 자료를 이미 제출했고, 온라인 홈페이지에 전체 성분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 소송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르면 비도덕적·반사회적 잘못을 저지른 기업 등에게 재발을 막기 위해 손해액과는 관계없이 가해자에게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대표자만 소송을 하고 재판결과가 피해자 전부에게 적용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골자로 하는 ‘소비자집단소송법’이 2014년에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교수는 “개별 소비자들이 대기업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대표자만 소송을 하고 재판결과가 피해자 전부에게 적용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골자로 하는 ‘소비자집단소송법’이 2014년에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교수는 “개별 소비자들이 대기업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보다 조직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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