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기자 (skrtn1122@skkuw.com)

기업과 정부 외에 이번 사태의 새로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옥시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받은 독성실험보고서의 조작 여부다. 물론 기업이 일차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고 정부의 관리 미흡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하지만 이 맥락 속에서 연구자의 연구윤리 또한 새로운 문제로 불거졌다. 독성실험을 진행한 연구자 중 한 명인 서울대 수의학과 조 교수는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의 독성실험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구속 조치된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혀낸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관계를 무효화시키는 반박보고서 제작을 조 교수에게 주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조 교수가 옥시에 건넨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섬유화를 일으킨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명시돼있다. 대신 임신한 쥐의 새끼가 태중에서 죽는 생식독성, 간과 신장 등 타 장기에 영향을 주는 전신독성 위험성이 있음이 나와 있다. 옥시는 이 보고서에서 ‘폐 섬유화를 일으킨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내용만을 발췌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정확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옥시와 조 교수 간에 ‘옥시 제품과 폐질환 간에 무관성’을 나타내는 결과보고서를 작성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오고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조 교수와 함께 독성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원으로부터 “조 교수가 폐에 관련된 결과는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많은 소비자가 우려를 나타냈다. 제품의 유독성을 검사하는 연구자가 다른 이해관계에 매이지 않고 연구윤리를 지켜 검사를 진행하는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의 연구윤리가 문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일례로는 2005년 일어난 ‘황우석 사태’가 있다. 황 교수는 논문조작으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학교에서 과학사회학 강의를 맡고 있는 김연철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기업의 용역을 받아서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양심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연구자는 누가 연구비를 지원했는가에 따라 완전히 자유롭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사태에 불거진 조 교수의 연구결과 조작과 관련하여 “해당 교수가 개인 계좌로 천이백만 원가량의 연구용역비 이외의 돈을 받았다면 이는 정상적인 관행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 교수는 연구윤리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 윤리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꼽았다. 그는 “연구자금이 없으면 연구실은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며 “연구자가 이해관계 특히 자본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부의 규제가 강할수록 연구자는 오히려 연구 의뢰자의 부당한 요구를 명확히 거절할 수 있는 근거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어 그는 “연구자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전반적인 사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